다저스 좌완 103년만에 최저 ERA
조정 ERA도 105년만에 최고 기록
애리조나전 한미통산 150승 달성

▲ 12일(한국시간) LA 다저스 류현진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19 MLB 경기에 선발 등판해 6회에 역투하고 있다.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괴물’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00년의 기록이 바뀐다.

‘역대급’이라고 평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기록의 주된 분석 대상이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로 시즌 12승과 한미통산 150승을 동시에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1.53에서 1.45로 더욱 낮아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선두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류현진은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빅리그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홈에서 9승 무패를 올린 류현진은 또 안방 평균자책점도 0.89에서 0.81로 떨어뜨려 안방 무적으로 승승장구했다.

또 ‘방울뱀 사냥꾼’으로 주가를 높였다. 류현진은 올 시즌 애리조나를 상대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45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류현진은 이날 삼진(4개)과 보내기 번트, 병살타를 제외한 아웃카운트 15개 중 12개를 땅볼로 잡아냈다.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강력했다.

류현진이 남은 경기에서 자멸하지 않는 한 1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커 한국 출신 최초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타이틀 홀더 기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평균자책점 2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이크 소로카로 2.32를 기록하고 있고, 3위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셔저(2.41)다.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2.68), 루이스 카스티요(신시내티 레즈·2.69)가 뒤를 잇고 있다.

류현진이 이들에게 추격을 당할 가능성은 작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120경기 안팎을 소화해 팀별로 40여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각 팀 에이스는 향후 10경기 정도 등판할 수 있다.

류현진은 남은 10경기에서 한 경기 평균 6이닝 2자책점씩 기록해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다.

2위권 투수들이 자력으로 류현진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2위 소로카는 남은 10경기 선발 등판에서 8경기 완봉승, 나머지 2경기에서 9이닝 1자책점을 기록해야 평균자책점이 1.44로 떨어진다.

평균자책점 1위는 한국 선수는 물론, 아시아 출신의 그 어떤 투수도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다저스 구단이 12일 경기 전 취재진에 배포한 게임 노트를 보면, 류현진은 최소 한 시즌 20차례 이상 선발 등판한 다저스 역대 왼손 투수 중 가장 뛰어난 평균자책점(전날 현재 1.53)을 찍었다.

1.45로 더욱 낮췄으니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평균자책점이 내셔널리그 공식 기록이 된 1912년 이후 기록으로 따지면 류현진은 루브 마쿼드(1916년·1.58)를 넘어 103년 만에 다저스 왼손 투수로는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수확했다.

클레이턴 커쇼(2016년·1.69), 샌디 쿠팩스(1966년 1.73·1964년 1.74)가 뒤를 이었다.

쿠팩스와 커쇼는 다저스를 상징하는 간판이자 당대 최고의 왼손 투수다.

2019년 류현진의 몬스터 태풍에 두 거목의 기록은 한 계단씩 뒤로 밀렸다.

커쇼의 2016년 평균자책점이 21차례 선발 등판의 결과라면 쿠팩스의 1966년 평균자책점은 41번의 선발 등판과 27번의 완투 전리품이어서 더욱더 놀랍다.

다저스가 올 시즌 42경기를 남긴 터라 류현진은 산술적으로 8번 정도 더 등판할 수 있다.

류현진이 평균자책점을 얼마나 더 낮출지 한국과 미국의 언론은 그의 손끝을 주시한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6월29일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4이닝 동안 7실점(7자책점) 한 내용을 뺀다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04로 더욱 낮아진다.

쿠어스필드만 아니라면 다른 구장에서도 홈에서만큼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기에 류현진이 앞으로도 평균자책점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류현진의 현재 평균자책점은 2015년 잭 그레인키(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66 이후 4년 만에 빅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다.

평균자책점 리그 1위가 1.4대를 찍은 건 내셔널리그에선 프레드 앤더슨(1917년·1.44), 아메리칸리그에선 월터 존슨(1919년·1.49)이 마지막이었다.

MLB닷컴도 류현진의 경기 전 평균자책점과 조정 평균자책점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조정 평균자책점은 타자에게 유리한지, 투수에게 친화적인지 등 구장 변수를 따진 통계 지표로 100이 기준점이다. 100을 넘으면 평균 이상의 투수로 2000년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무려 291을 찍기도 했다.

류현진은 11일까지 평균자책점 1.53, 조정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은 낮고 조정 평균자책점이 높았던 투수는 1914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더치 레너드(평균자책점 0.96·조정 평균자책점 279)뿐이라고 MLB닷컴은 소개했다.

이 기록 역시 류현진이 레너드에 이어 105년 만에 진기록을 쓴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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