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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삼각산 계곡에서 삼복을 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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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2  2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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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웅 전 울산여고 교장

오늘은 고등학교 동기회 모임 날이다. 만나는 곳이 학교도 아니고 식당도 아닌 여자 동기생 집이다. 십여년전 장안사 옆에 위치한 삼각산 아래 귀촌해서 살고 있는 인정이 많은 동기생이다. 차 외기온도가 35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동승한 친구들은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하나 둘 들추어내며 즐거운 표정이다.

이 삼복더위에 여자동기생은 우릴 위해 보양식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조상님들은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때를 삼복으로 나누어 계속되는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뭔가 맛난 보양식을 자연스레 찾게 하는가 보다. 지혜로운 조상님들과 동기회 덕분에 오늘 하루가 즐거울 것 같다. 조상님들은 복날 개장국이 대표적인 음식이었는데 오늘 우리는 오리백숙을 준비한다고 한다.

산길을 들어서니 차창 밖의 풍경이 참 좋다. 창문사이로 향긋한 솔내음과 길을 따라 이어진 계곡의 물소리가 청량하다. 먼저 도착한 회장이 걱정이 되어 전화로 길 안내를 한다. 언제나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가는 우리의 영원한 리드이다. 여러번 왔었는데도 좁은 산길에 사시사철 변해가는 자연에 도취되어 거북이 걸음이다. 언제 부턴가 자연의 풍경이 참 좋은 친구이다. 자연의 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조금씩 변해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즐겁게 잘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 모두가 여기 이 자연에서 가꾼 재료들이고 친구들과 함께해서인지 모든 음식이 다 맛이 있다.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술잔이 돌고 도니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학창시절에서부터 가정사까지 아니 손자 손녀 자랑까지 끝이 없다. 팔순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도로 칠순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모두 다 건강하게 참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다.

한 친구는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서는 올 수 없어 회장이 부산까지 가서 데리고 왔다. 힘들어하는 것을 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고 안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물론 마음만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먼저 간 친구들도 많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의 분위기는 숙연해진 듯 조용하다. 노인 하나를 잃으면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인생계급장 하나하나엔 추억과 경륜과 지혜가 묻어난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오늘 하루 대자연속에서 삼복을 보낼 수 있어 참 고맙고, 우린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노을이 지더라도 건강해야해 하며, 다음 모임을 기약한다.

이동웅 전 울산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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