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얼마 전 덴마크 여행을 다녀왔다. 덴마크하면 보통 우유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은 디자인 강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덴마크 디자인은 전통적인 가치관 속에 현대의 문화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한스베그너나 보르게 모겐센의 작품이 모두 그러한 예에 속한다.

디자인은 시각화된 이미지를 통해서 인간의 무의식 세계에 슬그머니 침투하는 예술이다. 그렇기에 자주 접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의식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경제사회구조가 바뀌어도 서서히 스며든 그 나라의 문화성까지 바꾸기란 어렵다. 한 국가를 홍보하는데 문화적인 산물을 활용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옹기도 마찬가지로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옹기는 한국의 기후적 특성을 바탕으로 음식문화를 저장문화로 바꾸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 결과 김치, 된장을 저장하는 그릇인 옹기를 굳이 한국 것이라 말하지 않아도 이미 대다수 사람이 한국문화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누군가의 설명이 없이도 그 문화권을 떠올리는 것은 이미 그 문화권에 살았던 사람들의 환경이 대대로 녹아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시하면 일본이 떠오르고, 하몽하면 스페인이 생각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옹기를 문화적인 도구로 잘 활용하려면 흙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만 국한하기보다는 다른 분야와 접목할 필요가 있다. 흙으로 만든 그릇이라고 해서 꼭 흙으로만 문화를 접할 필요는 없다. 옹기가 담고 있는 색감을 다른 색감과 어우러지게 조합하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고, 옹기가 담고 있는 선의 응용을 통해 새로운 정신세계가 구현된 예술품으로 재탄생시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의 향연으로 녹아 어그러진 그릇의 일면이나 옹기만의 특징적 문양인 수레·도개문을 상징화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디자인은 익숙함 속에서 깊은 통찰로 발견된 창조된 안목이 아니던가. 옹기가 가진 전통적인 요소에 현대적인 요소를 잘만 결합한다면, 옹기라는 우리 문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접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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