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광복절이다. 울산사람들은 1945년 8월15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일제강점기에 울산사람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은 걸까. 광복절이면 지역 언론들은 당시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해 애를 쓴다. 오늘자 본보에도 올해 92세의 이춘락 전 양사초등학교 교장의 소년비행병 자원입대 이야기가 실린다. 당시 열일곱 살이었던 그가 파일럿이 되겠다는 희망으로 소년비행병을 지원했다가 육군소년비행학교를 거쳐 자칫 가미카제(자살특공대)에 끌려갈 뻔했다는 이야기다. 그의 삶은 곧 울산의 근현대사를 말해주는 중요한 역사다. 이춘락 전 교장은 물론 격변의 역사를 살아온 그들은 이제 삶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다. 그들이 돌아가시면 울산 역사의 한 페이지도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이미 많은 역사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담아두고 해석하는 일이, 그래서 매우 시급하다.

울산에서도 역사 기록 작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근래만 보더라도 2015년 도시경관기록화 사업을 했고 2016년에는 디지털울산문화대전 편찬작업을 시작했다. 또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은 지난 2017년에는 한권으로 읽는 울산시사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렇게 해마다 단편적으로 책을 만드는 것은 본질적 의미의 역사기록이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위탁을 받은 연구소나 대학이 각 분야별 전문가를 섭외해서 글을 모아 묶는 형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발굴, 기록돼 있는 것을 특정 관점이나 방법으로 엮는 것에 불과하다. 역사의 발전 법칙에 대한 체계적인 견해를 갖고 기록을 한, 정통 역사책이 아닌 것이다. 부족하지만 울산의 역사책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는 1987년 만든 1권짜리 울산시사와 2002년 나온 6권짜리 울산시사를 꼽을 수 있다. 그 이후로는 사실상 역사적 사실들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사기록이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다른 시·도에는 흔한 시사편찬위원회가 유독 울산에만 없는 이유를 되짚어보아야 할 시점이다. 서울시는 1949년 시사편찬위원회를 만들었고 지금은 송파구에 있는 독립건물에서 시민들의 역사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부산시도 1988년부터 시사편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고문서 번역과 구술문화총서, <항도 부산> 발간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만약 울산시가 2002년 시사 편찬 이후에도 시사편찬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두었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자료가 쌓였겠는가. 생각할 수록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복절에 듣는 이춘락 전 교장의 일생 뿐 아니라, 특정공업지구 지정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변화에 대한 기록도 당시 사람들의 나이와 함께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울산시는 지금이라도 시사편찬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들어 역사를 발굴기록하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되는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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