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외롭다. 그 이름의 의미를 새삼 새겨보게 하는 소설이 <강치>(백시종)다. 강치는 독도 주변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의 일종이다. 강치의 가죽과 기름은 한때 거액에 거래되었다. 생식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까지 더해져 강치는 마구잡이 사냥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독도 주변에서 강치는 멸종되다시피 했다. 인간의 과욕이 이처럼 생태계를 허물어도 되는가. 강치가 사라진 이유가 숨겨진 역사의 뒷거래 때문이었다니 몹시 씁쓸하다.

강치남획은 이 소설의 씨줄이다. 날줄은 독도의용수비대의 왜곡된 진실규명이다. 사실을 토대로 독도에 매장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렸다. 화자는 정년퇴임한 신문사 관계자다. 어느 날 그는 후배의 부탁을 받고 진실 찾기에 나선다. 국가영웅으로 추앙받는 독도의용군의 업적과 활약이 완전한 날조라는 후배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된 까닭이다. 주인공이 찾아낸 것은 독도에 매장된 진실이다. 호국연금에 눈이 먼 욕망덩어리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은 독자를 분개하게 한다.

독도의용수비대. 정의롭고 거룩하기까지 한 그 이름이 토악질이 날 만큼 역겹다. 거액의 보상금을 둘러싼 비리에서 풍기는 썩은 냄새 때문이다. 허명(虛名)으로 국가훈장을 받는 이들의 선정과정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었다. 욕망으로 똘똘 뭉친 날조 그 자체였다. 기념관까지 생겼고, 그들이 후대에 길이 남을 애국자로 둔갑되었다니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일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것이 왜곡이며, 사실과 왜곡의 정도는 또 얼마인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기에는 속고 속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악덕 수령의 송덕비가 세워진 이야기도 드물지 않게 읽었다. 문득 독립유공자 수훈 과정에도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친일인사들이 애국지사로 둔갑했다는 말이 새삼 아프다. 현재의 한일관계를 생각하니 더욱 분통터진다.

“이처럼 역사를 함부로 날조해도 되는 겁니까?”

책을 덮으면서 작가의 말을 외쳐본다. 작가만의 외침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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