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올들어 600여건 발생

10건중 9건이 대출빙자형

피해액은 약 80억원 수준

전년比 피해액 25% 늘어

#. 지난 9일 울산 울주군 언양농협.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찾아와 꽤 큰 금액의 예금인출을 요청했다. 긴장한 모습으로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않고 누군가와 통화를 이어가는 여성의 행동이 수상쩍게 느껴진 은행직원은 예금 인출의 이유를 물으며 메모지를 통해 여성과 대화를 시도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검찰청 직원이다’라는 전형적인 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속았던 것으로, 은행직원의 기지에 피해를 모면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울산지역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올해 경신될 조짐이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각별히 요구되고 있다.

18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울산지역 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약 600여건으로 피해액은 약 8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 한해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 약 60억원을 이미 넘겼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약 12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올해 현재까지 추이를 봤을 때 전년 동기간 대비 피해액이 약 25% 증가한 만큼 이를 또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국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줄지 않고, 피해액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금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 대출로 유혹해 수수료 등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대출빙자형 피해가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의 약 70%를 차지했다.

이는 주력산업의 불황으로 수년간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울산의 경우 더욱 극심한 상황이다. 올해 울산지역 보이스피싱 범죄 10건 중 9건이 대출형 보이스피싱이다. 여기에 ‘전화가로채기’ 앱 등 악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법의 지능화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줄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극성을 부리자 울산지방경찰청은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해 19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전화금융사기 예방·홍보 활동 강화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100만원 이상 이체했을 경우 30분 동안은 인출되지 않으므로 즉시 해당 경찰이나 금융기관으로 연락해 지급정지 신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전에 보이스피싱 여부를 음성과 진동으로 경고해주는 ‘IBK피싱스톱’이나, 보이스피싱 의심전화번호로 수신되면 경고 알림을 해주는 ‘후후’ 앱 등을 설치해 스스로도 피해 예방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피해 주요 특징을 분석한 결과 자금수요가 많은 40·50대와 사회초년생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20·30대를 위주로 대출빙자형 사기피해가 각각 83.7% 및 59.4%를 차지했고, 60대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검찰·경찰·금감원 등을 사칭하는 사칭형 피해가 과반(54.1%)을 차지했다. 김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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