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길 전 울산광역시의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뫼는 세계적인 조선회사 코쿰스의 골리앗 크레인이 우뚝 서있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이다.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단돈 1달러에 핵심설비인 골리앗 크레인을 울산의 현대중공업에 넘기게 되고 이를 해체하고 이송하는 과정을 지켜본 말뫼의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말뫼의 눈물’은 조선업의 몰락을 의미하는 수사(修辭)로 불리게 되었고 골리앗 크레인은 그 눈물의 대표적 상징이 되었다. 말뫼의 눈물이후 15년이 지나서 ‘울산의 눈물’이 현실로 다가왔다. 2018년 8월,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의 마지막 작업 물량인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가 출항하면서 사실상 공장이 폐쇄됐다. 또한 해양플랜트 모듈을 제작했던 울주군 온산공장(20만 ㎡)의 매각을 결정했다. 직영과 협력업체 수천 명의 근로자가 실직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그야말로 ‘말뫼의 데자뷰’가 울산 동구에서 진행중이다.

동구경제는 파탄에 가깝다. 집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근로자들이 대거 거주하던 원룸의 공실률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급기야 인구도 2015년 18만1207명에서 2019년 7월기준 16만1327명으로 1만9880명이 줄었다.

동구 경제 살리기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지원만 기대하는 땜빵씩 처방의 경제 살리기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동구의 발전방향을 결정하는 ‘새로운 동구 만들기 마스터플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대교의 개통으로 과거의 섬형태의 순환형 공간구조를 탈피한 상태에서 현대중공업과 연관된 산업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을 형성하는 노력과 의지가 담긴 종합계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의 전문가, 주민, 공무원, 그리고 기업체가 참여하여 절망과 실의에 빠진 동구 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동구 만들기 마스터플랜’ 작업이 추진되길 바란다.

동구는 공간적으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고 기온이 온화한 남목 1동과 남목 3동에 전원생활이 적합하고 고령화 시대에 부합되는 귀농귀촌 공간으로 적격이다. 또한 주전 몽돌해변을 중심으로 퇴직후 힐링공간으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적 장점도 있다. 그리고 전하동과 대송동, 화정동의 제조업 기반지역은 산업구조 고도화 및 청년과 퇴직인력 등의 창업과 경제활동의 중심축이 되는 혁신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특히, 일산동과 방어동은 일산해수욕장과 방어진항, 그리고 대왕암 공원이 입지한 해양관광의 자산이 풍부한 지역이다. 소득이 증가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레저와 관광거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트렌드이다. 천혜의 해양관광 자원을 가지는 동구에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해양관광산업의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새로운 지역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03년 말뫼는 ‘말뫼의 눈물’로 대표되는 상심의 도시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에 팔려간 골리앗 크레인 자리에 190m의 ‘터닝토르소(turning torso)’라는 빌딩이 자리 잡고 과거 조선업의 도시에서 친환경 에코시티로 부상했다. 조선업 연명에 썼던 재원을 신재생 에너지, 정보기술,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에 집중 투자하여 ‘말뫼의 터닝’을 달성했다. 그로 인해 조선소 폐쇄로 줄었던 인구도 다시 유입되어 과거시대 보다 더 많은 인구가 형성되었고 도시의 수식어도 ‘눈물’이 아니라 ‘내일의 도시(City of Tomorrow)’로 바뀌었다.

울산 동구도 할 수 있다. 동구는 허허벌판 모래사장에서 현대중공업을 만들어 낸 역동의 DNA가 흐르는 저력의 도시이다. 동구민의 희망의 불꽃에 ‘새로운 동구만들기 마스트플랜’이라는 기름 부어 다시 성장하는 도시로 변모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강대길 전 울산광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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