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옥 무거중 교사

만료 하루 전 쿠폰을 사용하려고 집 앞 커피숍에 갔다. 지인이 출간한 책을 부러운 마음으로 펼치려는 찰나 전화가 왔다. “부장님, 쉬시는 데 전화 드린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나 오후에 나갈 예정인데, 뭐 급한 일 있어요?” “제가 오전에 일을 처리해야 해서….” 하고 시작된 업무관련 통화, 출근한 부서원들 목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20분 만에 통화가 끝났다. 커피는 약간 식었고, 책은 첫 페이지 그대로다. 한 페이지쯤 읽었는데 핸드폰이 또 운다. “선생님, 방학했어? 휴가 갔다 왔고? 좋겠다!” 지인의 문자메시지다. 모처럼 방학이라 출근 시간을 늦춘 날의 모습이다.

매년 “방학이라 좋겠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정작 ‘교사는 방학 때 뭐해?’ 하고 묻는 이는 없다. 궁금할 듯도 한데 말이다. 교육공무원인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각자의 행정업무 역할이 있다. 방학 중이라 해도 각종 학생 추천 관련 공문, 행정 입법 예고, 학교 시설 정비 신청, 학부모 의견 수렴을 위한 설문, 전학생 업무, 운동부 감사자료 제출, 탈의실 예산 신청, 과학실 정비, 도서폐기를 위한 점검, 직무관련 교사 연수 등 교육공무원인 교사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하루에도 몇 건씩 학교 업무 포털에 접수된다. 접수된 공문의 처리를 위해 담당교사가 방학 중 업무를 이어간다.

중학교의 여름방학은 자유학기제 준비로 바쁜 때이기도 하다. 예술·체육프로그램 운영자를 뽑기 위해 공고를 내고, 심사를 거쳐 선발하고, 임용 건의하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한 번에 끝나면 다행이지만 위탁운영자의 변심(?)으로 계약이 파기되어, 지리 한 과정을 다시 밟는 것이 예사다. 1학년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진로탐색, 동아리활동, 예술·체육활동의 한 학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자유학기제 업무 담당자는 이를 취합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기 위한 품의를 올리는 일을 한다. 교과교사도 자유학기제 업무 담당자도 방학 중 업무를 이어간다.

또 1학기 학생생활기록부를 여름방학 때 점검한다. 중학교의 학생생활기록부도 입시자료가 되기 때문에 내용의 오류나 누락과 오타가 있는지 확인한다. 1차 검토를 입력자인 담임교사가 하고, 2차 검토는 각 항목의 업무담당 교사가 한다. 여기서 못 걸러 낸 오류가 없는 지 담당부장이 학생생활기록부를 재차 점검한다. 그러면 전체 학생의 학생생활기록부가 수정을 요청하는 수많은 띠지로 노란 날개를 단다. 학생생활기록부 담당자는 방학 내내 업무를 이어간다.

방학이 3일 남았다. 나에게는 2학기 평가계획과 협의회 1건, 처리공문 2건의 업무가 남았다. 어쩌면 방학이 끝나기 전 평일 하루 정도는 가족과 함께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갑작스런 보고 공문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교사에게 방학은 고마운 시간이다. 다른 직장인들이 힘들게 일하는 시간과 방학 중 행정업무를 어찌 비하랴. 또 학생들과 한 달 쯤 거리를 두다보면, 아이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고, 다시 만났을 땐 보고 싶었던 만큼 반가워지니 이 또한 방학의 힘이다. 학기 중에 쓰지 못한 연가를 쓸 수 있는 때도 방학뿐이니 더욱 그렇다. 그러니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해 주길 바란다. ‘교사는 방학 때 뭐하지?’ 하고 말이다. 그러면 교사가 방학 때 무엇을 하는 게 가장 좋을 지 명확해지리라 믿는다.

강대옥 무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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