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의 많은 공공기관에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강좌를 마련하는 기관은 울산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각 구·군 문예회관, 울산도서관을 비롯한 지역 도서관, 구·군 복지회관, 주민자치센터 등 다양하다. 이들 기관의 강좌는 대체로 수강료가 저렴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무료강좌도 적지 않다. 인기 강좌는 수강 경쟁률도 치열하다.

가을을 맞아 여러 곳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수강생 모집에 들어간다. 문화예술회관만 해도 올 가을 개강하는 강좌의 수강생 모집 숫자가 230명에 이른다. 울산도서관은 도서관의 특색에 맞는 책과 관련된 강좌로, 태화루는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한 강좌를 내놓았다. 각 기관별로 특색이 있는 강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은 음악·미술·서예·사진·문학 등 예술강의가 주를 이룬다.

이처럼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양강좌는 시민들의 여가활용이나 지역문화수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많을 수록 좋다. 하지만 적잖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프로그램 개설의 목적이 뚜렷해야 할 뿐 아니라, 가능한한 많은 주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다양한 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적을 중시하다보니 수강생이 몰리는 인기 강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독창적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설기관이 하기 어려운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높은 결석률도 문제다. 수강료가 저렴하거나 무료이기 때문에 한명이 몇 강좌씩 수강신청을 해놓고는 출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남성들의 진입장벽이다. 남녀 구분을 해놓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의 수강생이 주부들이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쑥쓰러워 갈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직장에서 은퇴한 많은 남성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문화예술활동이다. 이들이 적은 비용으로 마음 편하게 배울만한 곳이 바로 이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문예강좌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문턱이 높은 셈이다. 남성들에게 먼저 신청권을 주는 강좌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개선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직장인들을 위한 야간 강좌도 턱없이 부족하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근이 빨라지면서 취미나 교양활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나 이들이 갈만한 곳은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

울산시 전체적으로 보면 문화예술강좌 예산이 적잖다. 모든 시민들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강좌시간을 조정하는 등 총체적 진단을 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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