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너무 많다며 통폐합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더니 연일 새로운 축제 개최 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축제마저도 적폐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마치 ‘내로남불’처럼 내가 아닌 남이 한 건 무조건 싫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나 일부 자치단체들이 십수년 이어져온 축제를 버리고 새로운 축제를 만든다고 고심 중이다. 자치단체가 마련한 축제가 유명 관광상품이 돼 관광산업으로 발전되는 사례들이 자극제가 된 탓이겠지만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공연히 예산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울산시 동구가 방어진항 축제를 열기로 하고 21일 추진위원회에서 세부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방어진항의 삶’이라는 주제로 어부의 삶, 해녀의 삶, 상인의 삶 등 3개로 나누어 진다. 낚시대회, 해상크루즈, 어선 모형 만들기, 풍어제 공연, 해녀체험, 회 플레이팅경연대회, 해상 레이져쇼, 빔매핑 등 바닷가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열돼 있다. 조선해양축제를 대신하는 대표축제로 키우겠다는 동구의 야심과는 달리 지역민들의 화합축제로서의 성격이 짙어보인다. 축제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다시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는 국제영화제와 프롬나드페스티벌 개최 준비에 한창이다. 프롬나드페스티벌은 올해 첫선을 보이고 국제영화제는 내년 8월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프롬나드페스티벌은 야외공연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국내외 38개의 거리공연 작품을 선정해놓고 있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음악 중심이었다면 프롬나드페스티벌은 공연중심이다. 공중공연, 서커스, 거리극, 거리무용 등 장르가 다양해진만큼 관객층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란 기대는 가능하다.

난데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제영화제도 여전히 추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지는 않았으나 영화인프라가 거의 없는 울산에서 산악영화제에 이어 2개의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국제라는 접두어가 붙은 것으로 미뤄 그저 울산시민들의 여가생활 충족이 목적은 아닌 듯한데 타깃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성공한 축제를 갖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세계적 축제를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부대행사가 수없이 많더라도 관람객이나 참가자를 불러들이는 것은 독창적 프로그램 한가지다. 그 하나의 프로그램이 반드시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 비로소 성공한 축제가 되는 것이다. 머잖아 또다시 통폐합의 대상이 될 축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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