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처럼 정치인도 노출의 기술 필요
언론매체 등에서 무의미한 과다노출은
유권자들의 피로감만 더욱 부채질 해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한국의 트로트왕 나훈아. 2006년부터 악성 루머의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한 여배우와 염문설에 휩싸이면서 여배우와 내연관계였던 일본 폭력조직에 의해 신체 일부를 훼손당해 병원에 실려갔다는 등 구체적인 루머도 있었다. 괴소문이 걷잡을 수 없게된 나훈아는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메라 플레시의 중심부에 섰다. “여러분들이 원하는대로 하겠다. 바지를 내려서 5분을 보여드리겠다”. 파격 연출뒤 10여년 대중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칩거 11년만인 2017년. 컴백 첫 공연인 ‘드림 어게인’(Dream again)에선 매표 시작 5분도 안돼 완전 매진됐다. 무대에선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컴백후 올해 3년째 무대에 선 나훈아는 지난 5월 서울 올림픽경기장을 시작으로 10월 1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12월까지 광주, 천안, 안동, 창원, 제주, 진주, 인천 등지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1950년생으로 70세인 나훈아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다이내믹과 애잔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시대를 관통하는 가삿말과 독특한 스타일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예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다른 한 축은 탁월한 ‘노출의 기술’이라고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마디로 노출할때와 침묵할때의 전략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출의 기술은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과도 직접 관련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인들은 전략과 전술조차도 없는 무차별 노출에 천박함까지 묻어난다. 때문에 21대 총선을 8개월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무차별 노출의 홍보자료는 한달평균 1인당 적게는 10여건, 많게는 14~15건이다. 연간으론 150건에서 200여건에 이르고 임기4년 동안 600~800여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식상함을 더해 내용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단순 정치행위에서부터 시의적으로 아무런 의미조차도 없는 즉흥적 홍보자료가 대부분이다. 반면 정치개혁을 비롯한 ‘큰 울림’의 대국민 메시지는 한계다. 심지어 ‘카메라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게’아니라 얼굴부터 들이댄다.

정치권의 무차별 노출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울산관내 지자체 주관 크고작은 행사땐 진행 공무원들의 불만섞인 메아리가 여의도까지 전해진다. 지역 정치인들의 인사말 순서배치를 놓고 국회사무처에 의전기준을 문의하는 일까지 소가 웃을 일이다. 주최측은 참석의원들의 의전 순서에 따라 호명하게 되는 데, 공개석상에서 의원들이 매우 민감하면서도 자존심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 의전 서열은 의원 선수와 지역구, 연령등을 종합 판단하면서도 국회의원 입문직전의 경륜 역시 중요시 하고 있는게 보통이다.

시도지사의 경력은 국회의원 수준 이상으로 무게가 실려 ‘전직+A’통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수에만 국한하자며 막무가내 ‘인사말 우선권’을 주장하는 의원측도 있다. 결국 행사장에서 감정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웃지못할 사건들이 한두번 아니다. 국회예결위원과 시당위원장등 크고 작은 직을 놓고도 미묘한 신경전이 노출된다. ‘형님먼저, 아우먼저’는 찾아볼수 없다. 외형적으론 허허실실이다. 하지만 의원들간 가슴으로 신뢰를 담보로한 친소관계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전. 내년 총선에선 ‘너죽고 나살자’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런데, 희한한건 금배지들의 과다 노출증에도 여론은 왜 싸늘할까? 과다노출의 역효과와도 직간접 관련 있다. 전두환 정권의 ‘땡전뉴스’가 대표적이다. 매일저녁 9시 메인뉴스에 ‘허접한 것’들을 긁어모아 재단하는 대통령의 과다노출은 결과적으로 신비감이 떨어질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받기 일쑤였다. 대중적 인기 비결은 노출빈도와 콘텐츠여부다. 작금의 지역민심은 금배지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 주식시장 같으면 손절매를 의미한다. 총선을 앞두고 ‘과다노출증’에 더욱 함몰된 정치권. 10년 잠수탄 후에도 여전히 열광하는 나훈아의 인기비결을 한번쯤 짚어봤으면 한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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