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에 천상도서관이 개관했다. 1층은 도서관이고, 2~3층과 옥상(4층)은 공영주차장이다. 도서관은 주민들의 문화공간 확충 요구를 반영한 것이고 주차장은 천상지역의 고질적인 주차 공간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울주군은 설명하고 있다. 인구가 밀집돼 있는 천상지역의 민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묘책이 될는지 두고 볼 일이지만 우선 대충 훑어본 도서관은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린이실이나 성인들이 이용하는 종합자료실, 휴게실의 좌석은 만원이었다. 책을 읽고, DVD로 영화를 청취하는 이용자들의 열기가 후끈하다. 열람 좌석은 공간이 좁아 숨소리조차 내기 민망해 보인다. 도서관은 책장 넘기는 소리와 의자가 움직이는 백색 소음만 크게 들린다. 협소한 도서관이 아쉽다. 지금까지 지역주민들의 도서관 역할을 해왔던 울주문화예술회관 내 도서관보다 면적과 문화적 향유 공간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문화공간 확충’이란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設)이다.

한편, 공영주차장의 주차면은 70%가량 비어 있었다. ‘고질적 주차난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었으니 만차가 돼야 이치에 맞다. 그런데 주차된 차들은 거의 도서관 이용자의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도서관에는 주로 어린이실이나 종합자료실 이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폭염에 어린 자녀와 함께 걸어오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 차를 이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무료 공영주차장이 개장했음에도 천상지역의 주차는 여전히 어렵다. 주차장이 주요 상권과 떨어져 있고, 동네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의 활용성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상권이 집중된 지역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천상주차장은 주차에 영향을 미치는 이용 거리나 운전자의 심리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주민이 목적지에 가까운 주차면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지금처럼 공영주차장이 도서관 이용 차량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면 주차장이 분자이고 도서관은 분모인 ‘가분수’가 되고 만다. 주차장이 3개 층, 도서관이 1개 층이니 면적으로 보아 무리한 비유가 아니다. 덩치가 큰 천상공영주차장은 명패도 못 걸고 도서관 건물의 부설주차장인 양 보인다.

결국, 좌석이 부족한 도서관과 주차면이 남아돈 주차장은 혈세를 낭비한 형국이 됐다. 그러니 주민들은 뿔이 났다. “주차타워도 아니고 엄연히 도서관이라고 지은 건물인데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울주문화예술회관 내의 도서관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나았다.” 울산도서관이나 선바위도서관과 같은 근사한 문화공간을 기대했던 주민들의 불만이 여간 아니다.

사실, 천상도서관의 면적 부족이나 주차장의 문제점은 예견돼 있었다. 공사 시작 전이나 시공 때에 ‘딱한 천상도서관’이란 칼럼 등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문화공간 확충과 고질적 주차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주민들의 수요와 주변환경에 대한 분석이 더 면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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