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훈섭 울산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은 살아 오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란 문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구를 보거나 들어본 경험이 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간단한 문구를 감정표현의 측면에서 해석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인간만의 특성이 드러난다.

첫째, 결국 사람도 자신의 본능 혹은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란 점에서는 동물과 같다는 것이다. 둘째, 타인과의 원만한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적당히 감정을 참아 내거나 제한적으로 표현하면서 내가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내면에 떠오르는 감정 또는 본능을 행동에 즉각적으로 옮겨버리는 경우를 한 번 상상해보자. 강한 감정끼리 부딪혀서 결국에는 다툼과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반대로 주변을 너무 의식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자책감과 무력감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위의 예시들이 극단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영역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경우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상당히 많다. 그 중에서도 후자의 경우가 더 많다. 원래는 주변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꾸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볼지 몰라서 신경 쓰이고 사람을 만나는 상황을 피하게 된다고 한다. 우울한 감정과 함께 잠도 안 오고, 하루를 시작하기가 버겁고, 집중도 잘 안 되고,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오로지 혼자서만 참다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 돼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이 돌아버린 미친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란 선입견 및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면 각종 보험가입 및 취직에 불이익이 생긴다’란 잘못된 정보 때문에 방문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항상 정신건강의학과를 첫 방문하시는 분들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필자가 강조해서 설명하는 것들이 있다. 현재 심적인 상태가 정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왜 이러한 심적인 변화가 극도로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지 어떠한 호르몬 불균형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 약물치료와 면담치료가 어떻게 이러한 균형을 잡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삶이란 것은 비록 혼자서만 감당하기에는 험난하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소통하며 지내다 보면 그래도 살아갈 만 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서 괴롭다 못해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버거움, 어려움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시길 권유한다. 어렵지 않게 자신의 삶에서의 문제점들을 같이 상의할 수 있고 치료자와 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독한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방문하듯 마음에도 독한 감기가 걸릴 수 있기에 이에 대해서 어려워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길 바란다.

박훈섭 울산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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