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년 전 양산단층대 통해 이주
태화강 ‘점몰개’ 탄생지 가설 유력
국가정원의 새 명물, 가치 알려야

▲ 윤석 울산생태관광센터장

태화강 물고기 하면 봄철 ‘황어 떼’, 가을이면 연어가 힘찬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광경을 말하곤 한다. 필자는 ‘점몰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해오곤 했다. 점몰개는 잔가시고기, 치리와 함께 울산시 보호종이기는 하나 각시붕어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연어나 황어처럼 크지도 않아 주목받지 못한 채 100만 년 동안 태화강에 살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몰개는 하천이나 저수지에 사는 잉어과의 작은 민물고기다. 한반도에는 몰개, 참몰개, 긴몰개와 점몰개 4종이 있다. 긴몰개 조상격인 점몰개는 몸통에 검은 반점을 갖고 있는 것이 다른 몰개 종과 쉽게 구별할 수 있게 하는 특징이다. 점몰개가 특별한 이유는 몰개와 참몰개, 긴몰개는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강줄기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분포하는데 반해 동해안 남부지역에만 관찰된다는 점이다. 태화강과 회야강, 기장 장안천, 영덕 오십천에서만 개체가 확인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점몰개가 왜 특정한 지역 하천에만 분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남대학교 석호영 교수 연구진 등에 따르면 ‘낙동강 상류 하천이 단층활동으로 물길이 바뀌면서 100만 년 전 긴몰개 조상이 태화강, 회야강으로 옮겨 왔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는 사실이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점몰개 종 분포에 대한 3가지 가설을 두고 연구했다고 한다. 첫 번째, 한강 최상류에서 영덕 오십천으로 유입되었다가 태화강으로 옮겨온 가설은 유전자 분석 결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두 번째는 해수면 변동에 의한 이동인데 이 또한 동해안 해안가 수심이 깊어 해수면이 낮아져도 합쳐질 수가 없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세 번째는 양산단층대를 통해 이주했다는 가설이다. 100만 년 전 양산단층 전성기에 맞춰 동해안 남부쪽 하천상류가 지각변동으로 물줄기가 바뀌면서 태화강, 회야강으로 긴몰개 조상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이주한 긴몰개 조상격인 점몰개는 고립된 가운데 새로운 종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태화강은 100만 년 전 이주해온 ‘점몰개’ 탄생지라는 가설이 가장 신빙성을 가진다고 한다.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자도 없는 상태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유력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양산단층대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일 때가 100만 년 전이고 점몰개 탄생시기와도 맞아 들어간다고 했다. 태화강 점몰개는 빙하기 해수면이 하강했을 때 하천끼리 합류되면서 영덕 오십천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점몰개 자생지 중 태화강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연구자들은 영덕 오십천과 기장 장안천에는 긴몰개가 인위적으로 유입되면서 점몰개와 긴몰개 사이에 교잡이 일어나 긴몰개와 점몰개 사이 잡종 물고기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에 필자가 지난 10여 년 동안 태화강 물고기 분포상태를 조사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태화강에서도 점몰개와 참몰개는 확인되고 있지만 긴몰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영남대 석호영 교수도 태화강 조사를 하면서 긴몰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인해 줬다. 태화강 점몰개는 100만 년 동안 순수 혈통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생물종 다양성 차원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생물학적 중요한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수한 혈통을 지키고 있는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것은 축복에 가깝다하겠다. 이를 잘 지키고 활용하는 일이 남은 셈이다.

점몰개 탄생비밀을 밝히는 연구가 확실한 답을 빨리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점몰개’ 탄생지가 태화강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대외적으로 알리고 국가정원과 태화강을 찾은 생태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 체험거리를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점몰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생태관광자원으로 연계시키는 일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한편, 무엇보다 100만 년 전부터 태화강에 있는 점몰개와 잔가시고기 등 생물종 다양성에 대해 널리 알리면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100만년을 지켜온 점몰개 순수성을 잃지 않도록 모니터링해 나가는 일도 우리의 몫이 아닐까 한다. 윤석 울산생태관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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