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에게 검찰이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한 것과 관련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시끄럽다. 아직 법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지 않았음에도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김 구청장의 사퇴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에 대응해 김 청장 측에서는 일련의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적 의도와 배후설을 제기하며 첨예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김 청장의 결심공판이 있던 지난 21일을 전후해 열흘 사이에 열린 총 4건의 기자회견이다. 지난 12일 ‘남구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단체를 시작으로 19일에는 남구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일에는 ‘울산지역 청년들의 모임’이, 22일에는 다시 남구의회 한국당 의원까지 릴레이식으로 열렸다. 기자회견의 주체는 달랐으나 내용은 비슷했다. 결심공판이 열리기 전에는 사법부에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면, 검찰의 구형이 이뤄지고 난 뒤에는 김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통상 선거기간이 아닌 시기에 특정 인물과 같은 사안에 대해 4건의 기자회견이 연이어 열린 것은 드물다.

검찰의 구형 전까지 열린 3건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거나 대응을 하지 않던 김 청장은 구형 이후 22일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이날 저녁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한국당 남구의원들이 내년 남구청장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누군가의)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함일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능히 알 수 있는 얕은 수다. 한국당 기초의원들은 내년에 선거를 치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뒤에는 내년 선거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음은 울산시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구의회 한국당 의원들을 비롯한 일련의 기자회견 뒤에는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극히 정치적 행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청장의 이러한 의구심 또한 제기할 수 있고 일견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다. 실제 ‘남구를 사랑하는 모임’과 ‘울산지역 청년들의 모임’ 이라는 두 곳의 단체는 정치적으로 특정 정당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으나 모임이 만들어진 시기와 취지가 그런 시각을 갖게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아직 법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의 김 구청장의 사퇴요구 목소리는 과할 뿐더러 무죄추정 원칙이라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그렇지만 일련의 기자회견이 김 청장 스스로 빌미를 주었다는 점 또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김 청장은 공판이 시작될 때부터 결심 공판 당일까지 줄곧 “고의가 없었고 죄가 되는지 몰랐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선거운동원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하지만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변호사 출신의 김 청장이기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해야하며, 당사자인 김 청장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은 판결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남구주민들의 피해는 물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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