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인하 못하고 농산물 시장만 확대
中 거부 미국산 옥수수 250만t도 사들여
한일대립 상황에 미일 긴밀감 연출 의도에
참의원선거 후 무역협상 연기 보답 차원도

▲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G7 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나 양자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이 미국과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에 큰 틀의 합의를 본 것을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과도한 ‘퍼주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본 언론들은 우선 한일 대립이 격화한 상황에서 긴밀한 미일 관계를 연출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이 참의원 선거(7월) 이후로 무역 협상 타결을 늦춰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협상에서 양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전날(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이 무역협상의 핵심적인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의 핵심은 일본이 미국산 농산물 시장 확대를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이 공업 제품에 대한 관세를 삭감하는 것이다.

합의에 따라 일본은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관세를 미국이 탈퇴하고 일본은 가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일본은 미국산 소고기의 관세율이 38.5%인 것을 단계적으로 9%로 낮출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협상과 별개로 미국산 옥수수 250만t을 추가로 수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중국이 약속한 것을 실행하지 않아서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옥수수가 남았다. 아베 총리가 구입해 주는 것은 커다란 거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NHK는 ‘중국이 수입하지 않는 미국의 옥수수, 일본이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측이 주장하던 승용차 관세 인하는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대신 자동차 부품 등 일본산 공업제품의 관세를 삭감하기로 했지만, 일본 산업계는 협상 내용에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도쿄신문은 이처럼 일본이 미국과 ‘후퇴된 내용’의 합의를 서둘러 한 배경에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 시점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로 늦춰준 것에 대한 ‘빚’이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방문 당시 무역협상 타결 시점을 참의원 선거 이후로 늦춰줬다. 협상 타결 후 선거에 임할 경우 고전할 것을 우려하던 아베 총리를 ‘정치적으로’ 도와준 것이다.

도쿄신문은 이와 함께 ‘퍼주기’ 협상과 관련해 “한일 대립과 미중 무역마찰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미일 관계의 밀월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내년 재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거두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서둘렀다며 미국이 이탈한 TPP의 발효와 미중 무역 마찰 심화로 미국 농업계의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무역협정 협상 결과와 함께 미일 정상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입장차를 드러냈다는 소식을 전하며 ‘미일 정상 박빙(薄氷·얇은 얼음)의 밀월’이라는 제목을 달아 양측의 관계가 불안한 밀월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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