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정찬 서부초 교사

무더위가 한풀 꺾인 8월말 이제 방학을 마무리하고 개학을 한 학교들도 제법 있다. 개학을 하고 학교에 온 학생들은 친구들과 방학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웃음꽃이 활짝 핀다.

2학기 수업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학동안 자유롭게 지내다가 책을 보면서 공부 한다는 게 그리 쉽게 적응이 될까?

방학을 마치고 온 아이들 눈빛에서 ‘선생님, 공부는 왜 해야 해요?’ 라고 말하는 듯하다.

요리사가 꿈인데 수학, 과학 등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도 있다. 요리사가 꿈이라서 수학, 과학 공부가 필요 없다는 문제는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할 수 없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아이들의 질문에 어른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등 뻔한 대답을 늘어놓곤 한다. 공부하는 즐거움, 새로운 지식을 아는 희열, 학습과정에서 오는 깨달음의 짜릿함 같은 것을 알려주는 부모님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는 아이들은 이런 말만 듣고도 열심히 공부하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스트레스만 받는다. 이런 아이들을 공부하게 하려면 재미있고 즐거운 방법을 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해야 한다’ 대신 ‘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생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유의지로 결정한 것을 자신이 직접 해볼 때 가장 재미있고 즐겁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기가 선택한 것을 직접 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학교에서도 학생참여중심의 활동수업, 놀이수업 등 체험형 수업을 많이 진행한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이자 최적의 학습 동기부여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스스로 여행의 목적을 정하고, 계획하여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아이들이 직접 계획한 여행은 최적의 학습 동기부여이다. 그리고 여행은 고등 학습 능력의 기본이 되는 이해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이해력’이란,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배경지식의 양과 질이 새로운 지식의 흡수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계획한 여행 속 직접적인 체험으로 배경지식을 탄탄하게 쌓을 수 있다.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은 자녀와의 관계 개선이다. 아이들의 학습은 심리 상태가 8할 이상을 좌우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교사가 관심을 가져주며 또래에게 인정받을 때, 행복과 심리적 안정을 느끼며 공부도 잘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바쁜 일상 탓에 사춘기 자녀와 대화는커녕 얼굴을 마주 볼 시간도 별로 없다. 이럴 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녀와 멀어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에 부족한 공부를 해야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핑계로 여름휴가 때 말고는 여행을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행은 공부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를 갖게 하고, 고등 학습을 위한 이해력과 배경지식을 키우며,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 회복을 통해 심리적 안정성을 확보해 주는 최고의 교육법이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이 시작되면, 가까운 곳으로라도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보는 게 어떨까? 소정찬 서부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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