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고 당연해지면

감사하는 마음도 사라져

초심을 잃지않는 게 중요

▲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지난달 K리그 올스타팀과 유럽의 명문팀 유벤투스간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단 1초도 뛰지 않은 ‘호날두 노쇼’ 로 국내 많은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당초 호날두가 최소 45분은 출전한다는 계약을 했음에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위약금 지불도 마다하지 않은 채 벤치만 지켜 많은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피로감을 호소했던 모습도 잠시, 이탈리아에 복귀하자마자 가벼운 발놀림으로 러닝머신을 타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이에 격분한 국내 많은 팬들이 안티로 돌아서고 그중 일부는 호날두 유니폼을 찢는 등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호날두는 미완의 대기일 때부터 자신을 지극히 사랑해주었던 수많은 팬들에 대한 감사를 잊은 것일까?

18개의 그랜드 슬램을 우승한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은 우승 부상으로 받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앞에 두고 “최고의 차인 기아보다 못하지만 괜찮은 차입니다”라고 인터뷰해 전세계 테니스 팬에게 기아차의 가치와 이미지를 한껏 높인 바 있다. 2004년 미국 마이애미 대회에서 당시 최고 수준의 로저 페더러를 17세의 나이로 제압했는데, 이를 눈여겨 본 기아차 글로벌 마케팅 임직원은 나달의 조국인 스페인을 필두로 유럽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을 세워 당시 유망주에 불과했던 나달과 도박같은 10년짜리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한 고마움을 늘 간직한 나달은 계약 10년이 만료된 2015년,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돈 다발을 들고 자신을 찾았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자신을 발탁·후원해준 기아차와 계약을 5년 연장했다. 이후에도 공식석상에서 늘 감사함을 표현해 내년에도 다시 한번 연장계약을 기대하게 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사함을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면서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다른 이에게 따뜻함과 힘을 준다. 진심이 담겨 있건 습관적으로 건넨 말이건 ‘감사합니다’라는 말에는 좋은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사를 표현하다보면 감사하는 대상이 점점 많아지고 나에게 감사를 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서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긍정의 힘은 행복한 삶의 가능성을 높여주며, 감사하는 태도는 우리를 더욱 사려 깊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이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간단할 것 같은 감사의 표시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말의 순서는 ‘엄마’ ‘아빠’ 다음에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이처럼 감사하다는 표현은 우리 생의 시작부터 익숙하고 늘 배워온 것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감사함을 표현하고 늘 기억하지는 않는다. 근육을 쓰려면 평소에 꾸준한 운동으로 단련시켜야하듯이 감사도 평소에 꾸준히 연습해서 습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감사하려는 의도를 갖는 것이다. 그런 다음 주변을 바라보면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고 자신에게 감사할 일이 없다기보다는 감사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감사하는 태도 역시 결국 감사하려는 의도가 있느냐, 얼마나 주의 깊게 삶을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늘 첫 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많은 것에 익숙해진다.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면 어떤 일에도 설레지 않고 감사를 느끼지 못한다. 연인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자녀가 부모를 처음 불러줬을 때, 회사에 첫 출근할 때의 설렘. 처음에 느낀 소중함을 익숙한 귀찮음이라는 이름으로 무심하게 여기게 되어 어떤 감사함 마음도 들지 않는다. 따라서 감사는 언제나 새롭고 멋진 뭔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처음 대했던 설레는 ‘첫 마음’을 되새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것은 감사하는 마음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를 택할지 불평을 택할지는 단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는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인지 외롭고 피곤한 삶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결단이다.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일상과 주위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인생 최대 목표인 행복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선택에 대한 답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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