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아름답고 균형 잡힌 사물의 비로 사람들은 황금비 1:1.618을 말한다. 그래서 신용카드의 가로, 세로 비로부터 해서 황금비가 나타나는 건축, 조각 등이 많다. 그럼 음악에서는 어떨까.

피보나치수열은 요즈음 초등학생들도 아는 수학 전공용어이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가 자신의 저서 <산반서>에서 소개한 것으로, 두 수의 합이 바로 다음의 수가 되는 수의 배열이다. 1, 1, 2, 3, 5, 8… 등으로 계속되는데, 식물의 잎이나 해바라기 씨앗의 배열 등 동식물에서 많이 나타난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음악에 피보나치수열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피아노이다. 피아노의 한 옥타브는 2개와 3개로 묶여진 검은 건반 5개와 그 사이 8개의 흰 건반이 있는 13개의 건반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나오는 수 2, 3, 5, 8, 13은 피보나치수열이다.

음악의 거장들 중에는 피보나치수열이나 황금비를 작곡에 응용한 사람들이 있다.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의 첫 소절에 나오는 그 유명한 주제부는 1악장에서 3번 나온다. 그런데 그 주제부가 나오는 소절이 14번째 피보나치수인 377소절이라고 한다.

쇼팽의 프렐류드 1번은 34마디로 이루어졌는데, 황금분할이 일어나는 지점인 13번째 마디에서 화성이 크게 변하고, 21번째 마디에서는 이 곡의 절정에 이른다. 헝가리 작곡가 벨라 바르토크는 황금 분할과 피보나치수열을 작곡에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현악기,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의 제 1악장은 89마디로 되어 있는데, 황금분할지점인 55번째 마디에 클라이맥스를 두었다. 그런데 55와 89는 연속되는 피보나치 수이다.

피보나치수열을 계속해서 나열해 가면 이웃하는 두 수의 비가 황금비와 유사해 진다. 자연, 인체, 건축, 음악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아름다움과 균형의 비에서 잘 디자인된 그 무엇을 보는 것 같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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