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러시아 5인조’. 뉴스에서 언뜻 들었다면 러시아에서 5인조가 무슨 사고를 친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명칭이지만 음악사적으로 의미있는 러시아 작곡가들을 일컫는 별칭이다.

음악사적으로 바로크시대와 고전주의시대까지는 서양(서유럽)음악이 세계음악계를 지배하는 양상이었다. 낭만주의시대에 들어서면서 작곡가들이 자기의 감정과 개성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양식의 곡을 쓰기 시작했다. 러시아 작곡 1세대라 할 수 있는 미하일 이바노비치 글린카(M.I.Glinka, 1804~1857)도 이탈리아에 유학해 도니제티와 베를리오즈에게 공부하며 이탈리아 오페라 작풍의 영향을 받았으나 러시아로 귀국한 뒤 러시아 국민오페라 작곡을 목표로 활동했다.

폴란드의 러시아 침공에 근거한 애국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의 오페라 <황제에 바친 생명>은 러시아 국민들을 감동시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글린카는 이 오페라에서 러시아 민요의 선율을 많이 사용하여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오페라양식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최초의 러시아 국민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글린카에 이어 알렉산드르 다르고미지스키(A.S.Dargomyzhsky, 1813~1869)도 글린카의 영향으로 러시아 민족음악을 표현하는 작곡을 했다. 특히 그가 죽은 후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완성한 오페라 <석상(石像)의 손님>은 러시아어의 억양이나 엑센트를 그대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말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음악적 선율이나 리듬을 말에 따르게 했다.

글린카와 다르고미지스키의 영향을 받은 발라키레프(1837~1910)는 알렉산드로 보로딘(1833~1887), 세자르 쿠이(1835~1918),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 모데스트 무소르크스키(1839~1881) 등을 모아 5인의 작곡가로 ‘든든한 친구’를 조직했다. 이 ‘든든한 친구’들이 러시아 냄새가 물씬나는 독자적인 곡을 써나가며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서양음악가들이 ‘러시아 5인조’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영향으로 ‘프랑스 6인조’도 태동하게 됐다. 본래 ‘든든한 친구’가 ‘러시아 5인조’가 되었고 이들을 ‘국민악파’라 부르고 있다.

#추천음악 : 멘델스존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 지휘 피터 막, 연주 런던 심포니(decca), 1957년 녹음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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