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北 불량행동’ 발언 반박 담화…崔 “북미실무협상 더 어려워져”
“美, 우리의 인내심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 연합뉴스

북한은 31일 대미협상 핵심인물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북미 실무협상 개최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미국은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북한의 불량행동’을 거론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는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실험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담화는 리용호 외무상의 지난 23일 담화에 이어 일주일 여만에 또 다른 대미 외교 요인인 최 제1부상이 폼페이오 장관 비난과 대미 경고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담화에서 최 제1부상은 “폼페오(폼페이오)가 ’불량행동‘이라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우리를 심히 모독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며 “폼페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되여 있는 조미(북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였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이 문제삼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재향군인회 ‘아메리칸 리전’ 행사 연설때 나왔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은 “미국의 외교수장이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한 배경이 매우 궁금하며 무슨 계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라며 “끔찍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거든 미국은 우리를 걸고 드는 발언들로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 이후 북미 정상 간 약속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다시 한번 대화 교착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담화를 낸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북한의 대미협상 실무 총책임자 격인 최 제1부상의 담화라는 점에서 북미협상 재개에 앞서 좀 더 시간을 벌면서 미국의 대북협상 셈법 변화를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재 장기화 국면 등에 대해 꾸준히 미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지만, 최근 부쩍 그 내용과 형식 면에서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이다. 
그동안 북한은 주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의 담화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미국을 비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담화를 낸 최선희는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부상’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차관급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국무위원회에 진입할 만큼 ‘김정은 2기’ 내 남다른 정치적 위상을 뽐내온 인물이다. 김정은의 ‘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이다. 

또 앞서 지난 23일에는 그의 상관이자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카운터파트라고 할 수 있는 리용호 외무상도 담화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을 직접 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조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며 “미국 외교의 독초”라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하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이처럼 노골적인 ‘불만 표시’를 이어감에 따라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종료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북미실무협상 재개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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