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달로 급격히 는 기계능력
일상업무서 사람을 대체하기 이르러
장차 인류의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판

▲ 김광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일전에 공항에 갈 일이 있어서 공항버스를 타러 나갔는데 마침 버스가 출발하려고 대기하고 있기에 올라가서 빈자리에 앉았다. 승무원이 오더니 티켓을 끊었느냐고 묻는다. 없다고 하고 한 장 달라고 하니 판매대에 가서 직접 사야 한다고 하였다. 판매대에는 판매원이 없고 스스로 기계에 입력하여 결재하고 구매해야 한다고 하였다. 내려와서 패널에 시간을 입력하니 만석이라고 표시됐다. 내가 타는 곳은 출발지이고 다른 곳을 경유하게 되어 있는데 그쪽의 승객들이 이미 구매한 모양이다. 30분 후에 출발하는 그 다음 차편을 입력하니 맨 뒤쪽에 겨우 두 자리가 남아있었다. 한 장을 사고 짐칸에 넣었던 짐을 꺼내어 다음 차에 넣었다. 조금 일찍 나왔으니 망정이지 시간에 맞게 왔으면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외국인 서너 명도 버스에 우르르 타더니 다시 내려와서 티켓을 사느라고 황망한 모습이었다. 출발 시간이 남아 주위를 살펴보니 플래카드에 버스표를 사전에 예약하는 방법이 적혀 있고 웹사이트의 주소가 있었다. 휴대폰으로 앱을 내려받아 연습삼아 행선지를 입력해 보아도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결국 포기했다.

추석 명절이 열흘 정도 남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귀성열차 예매는 가족들의 큰 과제이다. 오전 10시에 예매가 시작된다고 공고가 되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땡하기 무섭게 접속해서 예매를 시도한다. 그 시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하기 때문에 아예 접속이 되지 않는다. 사람은 많고 표는 한정되어 있으니 구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은 PC방에 가서 성능이 좋은 컴퓨터로 접속하는 모양이다. 학교 다닐 때 수강신청 하던 기술이 요긴하게 쓰인다. 명절을 보내고 귀가할 때에는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가끔씩 보이는 택시는 ‘예약’이라는 표시를 하고 와서 청년들을 태우고 간다. 택시를 기다리는 줄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식당에는 기계 판매대가 일상화되어 있다. 국수 한 그릇이라도 먹으려면 기계에다 필요한 메뉴를 입력해야 한다. 적립카드는 없느냐, 매장에서 먹을거냐 아니면 사가지고 나갈거냐, 현금이냐 카드결재냐 입력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문하다가 허기진다. 그나마 노인들이 오면 종업원 중에 얼른 나와서 옆에 붙어서 도와준다. 지금은 서로의 형편을 이해해주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가 나이를 더 먹으면 기계 작동법을 몰라서 세상살이가 더 불편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택시기사들의 공유택시 도입에 대한 불안은 한두 끼 밥을 먹고 차를 마실 때의 불편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다는 우버나 리프트 그리고 동남아에서 성업 중인 그랩 류 공유택시의 국내 도입을 둘러싸고 택시기사들은 분신으로 항의했다. 그런데 지금의 차량도 역사적으로는 마차의 희생 위에 보편화됐다고 한다. 1850년대 영국이나 프랑스의 대도시에는 마차들이 주된 교통수단이었다. 길에는 짐승들의 분뇨 냄새가 가득하고 길모퉁이마다 말에게 먹일 건초가 가득 쌓여있었다고 한다.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마부들의 권익을 위하여 영국에서는 차량의 운행이 제한됐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미국에서 자동차 문화가 만개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거리의 풍경과 삶의 지평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계의 능력이 급격히 증강되고 있다. 기계가 문학작품을 만들고, 작곡을 하고, 뉴스를 전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사람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벌써 음식점 주문대에는 직원이 사라졌지 않은가? 단순 반복적인 일은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람을 가르치고, 보살피고, 상담하고, 치료하는 일은 기계가 대신하기 어렵다. 기계는 원래 인간의 능력을 돕고 힘을 덜어주기 위하여 만들었는데 이제는 기계가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앞으로 기계로 인하여 인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여러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이 걱정의 증대속도는 지수적이다. 김광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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