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혁신은
일자리 형태에도 많은 변화 몰고 와
노동시장 유연성 키울 정책 뒤따라야

▲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장기적으로 속도, 범위, 체제에 대한 선형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술, 사회, 문화적으로 전반적인 변화를 촉진시키고 고용시장에 차원이 다른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3D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재료공학, 에너지 저장기술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주도하고 이에 따른 서비스 혁신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간을 모방한 감각 기능과 재능이 탑재된 진보된 로봇이 다양한 수작업을 수행하고, 이는 산업과 직업에 영향을 주고 결국 근로의 유형을 변경할 것이다. 이러한 신기술의 등장과 기존 산업 간의 융합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직업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 중 하나는 신직업이 생겨나고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게 되는 현상이다. 신기술의 개발과 진보는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되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기도 하는데, 신기술은 전통적인 제조업뿐만 아니라 문화, 농업, 건설 등 타산업과 연계되어 일자리의 확대 및 재생산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은 기존의 업무를 대체하여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일부 직업에 대한 소멸을 이끌기도 한다.

기술진보에 따른 직업세계의 변화는 직종의 변화보다는 직무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직무 기술의 대체가 단기간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직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해당 직업의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는 일은 최근 우려와 같이 그렇게 대량으로 급속히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미래 직업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직업 자체가 소멸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업이 수행하는 직무 모두가 기술로 대체돼야 하고, 이는 기술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요인으로 변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진보에 따라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숙련도의 변화가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또 다른 변화는 일자리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우수인재 영입 및 유지를 위한 데이터 기반 인적자원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기업들은 기업 내의 활동인 생산, 구매, 연구개발, 마케팅, 경영지원 등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거나 계열사나 하청업체를 통한 수직계열화를 통한 협업으로 가치사슬을 관리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 경제하에서는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수익성이 창출된다. 현재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과 같은 산업 및 업종별 구분이 되어 있으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이러한 경계를 뛰어 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유 플랫폼은 노동자의 고용안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고용이 프로젝트 단위로 단기계약을 통해 성사되면서 전통적인 임금노동자에서 일자리와 지위가 불안해지고 소득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즉, 우리에게는 공유 경제로 알려진 대표적인 업무인 운전, 배달, 대리기사, 번역 등은 과거 전형적인 전일제 정규직의 고용 관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용 형태로 변형되면서 일자리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인 고용 과정에 대한 통제방식과 계약의 형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수행하던 일과 동일하지만 공유플랫폼에 참여하면서 불확실성이 크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용안정성을 제공하고 4대 보험료 같은 사회적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임금노동자의 수를 줄이면서도 높은 수준의 서비스 결과물을 생산하는 긱(gig) 노동자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에 따라 일자리 형태가 변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일자리 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먼저 기술진보에 따른 새로운 직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직업능력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구직자가 새로운 직무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피고용인의 근로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아직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준비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노동 4.0시대는 네트워크화, 디지털화, 유연화가 강조될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고용형태 및 직무역량 등의 변화가 예측되므로 취약계층 근로자에 대한 생애경력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직업이나 직장이 바뀌더라도 개인이 가진 역량을 어느 조직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높은 수준의 근로자 보호와 함께 노동시장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선진국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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