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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철학산책(9)]소변기도 예술작품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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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1  21: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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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1887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미국으로 건너가 1917년 큰 사건 하나를 터뜨린다. 동네 철물점에서 남성용 소변기를 하나 구입한 뒤에 ‘R. Mutt’란 서명을 하고 <샘>(Fountain)이라는 이름을 붙여 앙데팡당(Independant)전에 전시를 한 것이다. 그 현장에서 뒤샹의 소변기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그 소변기는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예술 작품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어떻게 철물점에서 구입한 소변기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뒤샹이 벌인 대사기극에 기만당한 결과가 아닐까? 이는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뿐 아니라 루벤스, 렘브란트, 피카소 등과 같은 위대한 예술의 전통에 대한 반란이 아닌가? 그러나 뒤샹의 시도는 반란이 아닌 혁명이었고, 성공한 혁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 이후 ‘괴이한 시도’들은 이어졌다.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가 작곡한 ‘4분33초’가 1952년 뉴욕 우드스톡에서 초연된 사건이다. 이 곡에는 라틴어로 무음을 뜻하는 TACET이라는 표기만 세 번 나올 뿐, 그 어떤 음표도 나오지 않는다. 4분33초 동안 연주자는 아무 연주도 없이 무대에 있다가 퇴장할 뿐이다. 이를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으로 이어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부정이 아닌가? 그러나 케이지의 시도는 예술 역사에 한 페이지로 기록되게 되었다.

뭐든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 씹은 껌도, 누군가 버린 쓰레기도, 누군가의 욕설도 모두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작가의 창작 의도와 창작자의 정신을 강조한다면,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생각을 표현했으니 예술 작품이 된다고 볼 것이다. 감상자의 정신을 강조한다면, 감상자가 그것을 보거나 듣고 뭔가 강렬한 감흥이 있었기에 예술 작품이 된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입장은 극단적이지 않을까? 전자는 자칫 감상자를, 후자는 자칫 창작자를 못보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위대한 예술 작품에는 어떤 미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고,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더 큰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고 보는 쪽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아무 것이나 예술 작품이 되지는 않는다. 미에 대한 탐구와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탐구가 예술가에게도 필요할 것이다.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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