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교류 속 울산’ 학술대회

공백기 많은 고려사 연구발표

미시적 접근 통한 해석도 강조

▲ 지난달 30일 울산대곡박물관이 마련한 학술회의에서 발표자와 토론자 등이 종합토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울산대곡박물관이 마련한 학술회의 ‘대외교류를 통해 본 울산’은 울산지역사 정립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울산을 바라보는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야하고 그 속에 살아온 울산인의 면면과 그들의 작은 움직임에 가치를 두거나 변화의 흐름을 짚어나가는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 동안 울산지역사를 조명하는 행사는 여러 차례 있어왔다. 하지만 ‘대외교류’라는 타이틀로 5명의 전문 연구자가 참여한 사례는 드물었다. 예상대로 역사문화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대거 참관했고, 이들 모두는 행사가 끝나는 시점까지 자리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스스로의 역할을 점검하는 듯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역사적 빈 공간이 많은 고려조 울산에 대한 연구발표가 새롭게 제기됐다. 울산은 신라의수도 경주의 외항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고려시대에서는 문헌상 그 위상이 제대로 살펴지지 않는다. 신종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시홍보과장은 고려시대 침몰선 ‘마도3호선’(태안마도해역·2011년 발굴)의 출토유물(도기 등)에서 그 틈새를 메우는 작은 단서를 찾아냈다. 주요 근거는 침몰선의 유물과 울주 연자도의 유물이 상당부분 유사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신 과장의 발표는 아직 ‘개연성이 높은 추정단계’ 일 뿐이지만 좀더 연구가 진척될 경우 고려조에도 여전히 울산은 대외 무역항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실물 자료가 될 수 있다. 토론과정에서는 연자도 출토 도기의 생산기지가 정확히 울산 지역 어느 곳인지를 밝히는 연계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근대울산을 연구해 온 허영란 울산대 교수는 1912년 울산장생포를 다녀간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영화 ‘인디아나존스’의 모델) 사례를 통해 지역사 연구에서의 미시적(몹시 작은 현상, 전체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포착하여 분석)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앤드류스의 방문은 울산 장생포가 국제적 포경기지로 알려지고, ‘한국계 귀신고래’라는 새로운 학명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당시 울산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미개한 원주민’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식재료로 쓰기위해 고래뼈를 훔쳐가는 장생포 사람을 총으로 쏘아 맞추기까지 한 일화도 있다. 허교수는 “세계사, 과학사, 해양사 측면에서의 조명도 중요하지만 그들 기록 속에서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울산의 시각으로 당대를 해석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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