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후보 청문회 무산과 들끓는 정쟁
청와대와 여당에 더큰 책임 물을밖에
앞선 정권들의 몰락과정 답습않기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일반적으로 정권이 그 지지가 하락하고 결국 몰락하게 되는 과정의 시작은 ‘애국주의’와 ‘인사 오만’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평지풍파 격으로 ‘반일애국주의’를 자극하고 일방적 ‘오만 인사’를 반복하면서 국민들의 비판에 귀를 닫고 있는듯 하여 걱정이 앞선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대통령은 ‘잘 되고 있다’ 하고, 한·미동맹이 삐걱대는데도 정부는 ‘아무 이상 없다’고 한다. 또한 여당은 청와대 앞에서는 왜 그리 작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더니, 소위 ‘조국 인사청문회’가 결국은 시한문제로 없던 것으로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언론과 방송, 그리고 기타 자료들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꽤 여러 가지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딸의 인턴 경력을 둘러싼 의혹들 및 이와 관련된 논문-입시비리 의혹, 가족들로만 구성된 사모펀드의 조성과 운영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 의혹, 학교를 운영하는 ‘웅동재단’과 관련된 사학비리 의혹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 그가 남을 공격했던 그 많은 비난들의 기준을 자신에게는 전혀 적용하지 않는 위선과 이중적 잣대에 관한 비판이 시중에 가득하다. 한 장관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이렇게 대립하고 사회적으로 분란이 일었던 전례도 없었던 것 같다.

공직자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지닌 한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국민들이 실망과 분노로 들끓고 있는 것은 제도 때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멋있게 한 연설의 핵심골자,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것과 조국 후보자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후보자가 보이고 있는 위선과 이중적 잣대에 대하여 청와대와 여당은 무조건 방어를 주장하면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순방 출국 길에 조국 후보자 논란을 넘어서서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검토하라’고 하면서 조국 후보자를 위한 방어막을 치기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청문회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절차와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쟁에 관해서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에 더 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우선 조국 후보자를 굳이 세워야 했다면 당초 예정한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다시 밟아도 될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증인채택 문제도 가족을 불러내는 것이 ‘전례가 없다’는 둥(전례는 여러 건 있었음), ‘패륜적이다’라는 둥 할 일이 아니었다. 조국 후보자도 법사위원회 협상으로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정한 범위의 가족증인을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굳이 조국 후보자가 장관을 해야 하겠다면 말이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국민청문회’니 ‘기자간담회’니 하는 편법으로 ‘인사청문회’를 때우려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그리고 하나만 확인했으면 한다. 조국 후보자는 딸이 인턴과정에서 열심히 해서 논문 ‘제1저자’로 인정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인턴 및 논문과 관련하여 미성년자를 저자로 포함시킨 논문들에 관한 전수조사를 했을 때 이 부분이 걸리지 않고 넘어갔었는데, 조국 후보자는 이것을 스스로 교육부에 신고한 적이 있는가. 만약 없었다면 조국 후보자는 그것 하나로도 부적격이다.

다시 한번 경계했으면 한다. 정권이 몰락하는 과정은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과정과 많이 겹친다. 5년 임기로 정권을 맡은 정부는 그 만큼만 하고 책임도 그 만큼만 져야 한다. 애국주의와 함께 ‘오만인사’가 정권 몰락의 시작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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