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울산예술, 기부문화로 재도약을

▲ 미국 뉴욕의 공공미술.

2004년 재개관 뉴욕 현대미술관
리모델링에 무려 8천억원 모금
울산도 시립미술관 건립 앞두고
지역내 메세나의 힘 발휘할 때

울산시립미술관 첫 삽이 떠졌다. 수많은 논의와 검토의 시간 끝에 이루어낸, 장장 11년만의 행보다. 2021년 8월 준공해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2021년 12월에 정식개관한다. 미술이 여타 문화를 선도하고 경제까지 수용하는 차제에 출발이 너무도 늦어 그간 뜻있는 시민을 어지간히 애태웠다. 늦게라도 출발선에 들어선만큼 강력한 스퍼트로 지역문화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기공식에서 송철호 시장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최첨단 미디어아트를 강조했으며 21세기형 새로운 예술 장르 전개를 약속했다. 많은 예산과 전문 인력 및 진보적인 콘텐츠 개발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종래의 여타 미술관과는 차원이 다른 산술적 요구가 전제되며 관람객의 만족을 이끌어 낼만 한 차별화되면서도 정체성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또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만큼 미술관을 채우고,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화하는데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보다 시간과 예산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에 소환되는 기억이 하나 있다. 수년전 융합인재교육 연수 차 미국에 머무르며 그간 자료로만 접했던 미국의 문화 환경을 유심히 관찰하던 필자에게 특별한 감동과 부러움으로 다가온 것이 있었는데 바로 뉴욕의 뮤지엄 문화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부문화와 예술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펼쳐진 뮤지엄 문화였다. 뉴욕이 세계 최고의 문화 도시가 된 것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호와 첼시의 화랑 등 볼거리들 덕분인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 중에서도 미술관은 문화 뉴욕의 일등 자랑거리이자 랜드 마크이다. 메트(MET)와 모마(MOMA)로 불리우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서 구겐하임미술관 등의 메이저급 미술관뿐 아니라 프릭 컬렉션, 디아비컨 미술관 등 작은 미술관들도 다양한 콘텐츠로 전 세계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 오나경 서양화가·융합인재교육 컨설턴터

그런데 어마어마한 볼거리보다 정작 부러운 것은 바로 이 모든 것이 대부분 기부 문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2004년 재개관한 뉴욕 현대미술관은 리모델링을 하며 미국인들의 애정으로 무려 8000억원을 모금했다고 한다. 워싱턴 국립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볼티모어 미술관, 로댕 미술관 역시 부유한 컬렉터들의 기부가 기반이 됐다고 하니 미국의 뮤지엄들은 거의 기부문화의 산물인 것이다. 만약 방대한 컬렉션과 자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방대한 기부금이 없다면 무료 혹은 1달러만으로 시민들이 엄청난 인류의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는 없었으리라. 필자와 같은 이방인도 소액의 기부로 수많은 걸작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었다.

동네사랑방 역할을 하는 시골의 작은 미술관도 대부분이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기부로 자생하여 시민의 정서와 예술 환경을 수용하는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었으므로 스스로 저변을 넓혀낸 시민문화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증거를 보는 감동이 컸다.

우리나라도 한 때 관이 주도하고 디자인하는 문화정책에서 벗어나 기업 메세나 운동을 통해 문화예술에 투자하고 기부하는 분위기가 모처럼 조성되어 상승했었다. 하지만 기업 광고로 이용되거나 부분적으로 김영란법 등의 영향을 받으며 현재는 주춤거리고 있어 많은 아쉬움을 준다.

지역 미술 콘텐츠가 문화예술 산업이 되는 시대다. 우리 지역에서 본격적인 문화 발전 플랫폼을 향한 새로운 발자국이 마침내 떨어진데 즈음해, 후발주자지만 우리 미술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며 기대에 부응할 콘텐츠를 갖추고, 더 나아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동네미술관이 함께 자생해, 따로 또 같이 선진 문화의 안정감을 사회 전반에 파생시키면 좋을 것이다.의필자 소견으로는 우리 지역에도 진정한 마이케나스(메세나)의 분신이 있다면 그 선한 힘을 발휘할 때가 지금이다. 오나경 서양화가·융합인재교육 컨설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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