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평생교육진흥원 열어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
정순남·김문이 할머니 작품
비밀외출·마지못해 시장상
6일까지 시청로비에 전시
24~27일 KTX울산역 로비
내달 26~27일 대공원 광장
“읽을 줄도, 씰 줄도 몰랐는데, 내 보고 인자 ‘시인’이라 카네요!”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이 3일 울산시청에서 2019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소개된 시화(시와 그림) 작품은 뒤늦게 글을 깨친 할머니들이 그 간의 마음고생과 즐거움, 성취감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정순남(80) 할머니는 ‘비밀외출’로 시장상을 받았다. 정 할머니는 아들·며느리 아무도 모르게 한평생 한이었던 글을 배우러 한글학교를 다니게됐다. 어느날 숙제를 하다가 남편에게 들키면서 뒤늦게 온 가족이 알게됐다. 서러움과 고마움이 뒤섞인 감정이 할머니의 시 속에 구구절절 담겨있다. ‘쉿쉿! 며느리 알라 / 아들 알라 / …몰래몰래 숙제하다 딱 걸렸다 영감에게/ “평생 비밀도 아닌 비밀을 감추고 사느라 욕봤다” / 그 말에 눈물이 펑펑…’
김문이(80) 할머니 역시 ‘마지못해’로 시장상을 받았다. 김 할머니에게 글 공부는 삶의 활력소다. 늘그막에 무슨 소용있나싶어 갸우뚱했는데 배울수록 재밌는 게 글이라고 했다. ‘…엎드려 있으면 / 영감이 신통한듯 바라보고 / 딸은 글씨 잘 쓴다며 / 칭찬 한바가지 하면서 / “엄마 치매에 조타”한다 /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다 / 열심히 하꾸마’
이들보다 두 살이나 언니인 김도분(82) 할머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상을 받았다. 작품제목은 ‘한글열매’다. 밭에서 김매던 할머니는 요즘 호미 대신 연필을 쥐고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구불구불 마을길따라 학교가는 길 / 밧태서 일하는 새댁이 “어디가는교?” / “학교 간다” “만이 배우고 오이소” / 그래그래 어서어서 만이 배우자 / 고추심고 배추심으면 / 풍성하개 자라듯시 / 내머리에도 한글씨 뿌리면 겨울오기 전에 한글열매 달리겟지’
할머니들 작품은 맞춤법과 띄어쓰기 모두가 완벽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읽는 이들 모두에게 기성작가 못지않은 울림을 준다. 시상식이 진행된 이후에는 수상자와 이를 축하하러 참석한 가족들 모두 작품이 전시된 시청 1층 로비로 이동해서 축하의 인사와 포옹으로 한차례 더 눈물의 장을 연출했다.
한편 9월은 대한민국 문해의 달이다. 울산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식’이 지난 2000년부터 치러져 왔다. 이를 위해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은 지난 6월 ‘마음을 쓰고 세상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시화 공모전을 실시했고 심사를 거쳐 총 33명의 수상자를 선정, 이날 시상했다. 시청 로비에서의 시화작품전은 6일까지 이어진다. 이후에는 울산역 로비(24~27일), ‘제7회 울산 평생학습 박람회’ 장소인 울산대공원 남문광장(10월26~27일)에서 순회전을 갖는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