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회광반조(回光返照). ‘마지막 스러져가는 불빛도 깜박 숨을 거두기 전에는 한순간 오히려 더 환한 빛을 발하며 제 목숨을 거둔다’는 뜻을 지닌 한자어이다. 지금의 하늘이 그러한 듯하다. 가는 여름이 오는 가을에게 밀려나는 것이 아쉬워 힘겨루기를 하듯 동서로 길게 정체전선이 형성돼 여름장마처럼 비를 뿌리고 있다. 마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말이다.

이맘 때쯤이면, 여름철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던 덥고 습한 공기덩어리(북태평양고기압)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겨울의 지배세력인 차고 건조한 공기덩어리가 한반도 부근까지 남하하면서 가을과 겨울 준비를 하는데, 서로 다른 공기덩어리들이 배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힘겨루기 현상이다.

가을태풍 ‘링링’이 북상하고 있다. 대기현상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서로 대치할 수도, 힘을 합쳐 세력을 키우기도 하는데, 이번은 후자에 가깝다. 육지는 이미 여름에서 가을로 방향을 틀어 선선함이 묻어나지만, 바다는 여전히 뜨거운 한여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한반도 주변의 수온은 7, 8월 한반도 주변으로 태풍들이 접근을 했을 때보다 더 뜨거운 상태이다. 이것은 태풍이 한반도에 다다를 때까지 태풍의 힘을 키우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또한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수증기를 품은 열적 저기압인 가을태풍이 우리나라 부근으로 접근하면서 다량의 수증기를 유입시켜 지금 전국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정체전선상의 비구름을 더욱 강하게 발달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현재 제13호 태풍 ‘링링’은 중심기압 980hPa, 최대 바람이 시속 104㎞에 달하는 중형 강도의 소형크기(초속 15㎧ 이상의 반경이 300㎞ 미만의 크기)를 나타내고 있는데, 한반도에 직접 영향권에 드는 토요일(7일) 오전에는 중형급(300~500㎞)으로 커지고, 강도도 중심에서 시속 140㎞이상의 강풍을 동반한 강한 태풍으로 발달하겠다.

토요일 오전 목포 서쪽 약 80㎞부근 해상으로 접근한 뒤에 좀 더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울 부근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요일 오후부터 태풍 대비가 필요하겠고, 전국 대부분 지방이 태풍의 위험반원에 드는 토요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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