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지금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톰 워샴(Tom Worsham)이 쓴 책 <기러기 이야기>에는 가을 날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오는 철새 기러기의 덕목에 대해 큰 감동을 주는 구절이 있다. 기러기는 다른 짐승들처럼 한 마리의 보스가 지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무리가 아니다. 먹이와 따뜻한 땅을 찾아 4만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과정에는 맹조류의 공격이 있을 것이고, 비바람 폭풍을 만날 것이고, 먹이가 필요할 것이고, 들판에서 함께 쉬어야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이런 위험한 순간순간을 동료를 의지하며 날아가는 기러기들만의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는 리더십이 있다.

일찍이 민족독립운동의 큰 스승이신 도산 안창호선생은 민족부흥을 위해 힘을 길러야 하고 그 힘은 독립 운동을 할 인재, 그리고 독립 후 민주공화정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흥사단을 조직하였고 그 인재양성의 덕목으로 ‘기러기 리더십’을 강조했다. 청소년지도자로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면 ‘기러기 리더십’ 영상을 보여준다. 기러기의 리더십은 집단에 대한 희생과 헌신,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적 책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청소년들도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는 기러기들을 보며 가슴 뭉클해 한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隊形)을 유지하며 머나먼 여행을 한다.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는 온 몸으로 바람과 마주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 기류(氣流)의 양력을 만들어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혼자 날 때보다 70% 정도의 힘만 쓰면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낸다. 우리가 듣는 그 울음소리는 실제 우는 소리가 아니라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이다. 공동목표를 가지고 협동으로 함께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더 쉽고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만약 어느 기러기가 총에 맞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서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혹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 할 때까지 함께 지키다 무리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보호받아야 할 지친 기러기가 될 수도 있다. 지친 동료 곁에 있어 주는 것이야 말로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리더 기러기가 지치고 힘들어지면 그를 살펴보는 다른 기러기가 앞으로 나와 리더와 역할을 바꾼다고 한다. 이렇게 기러기 무리는 서로 순서를 바꾸어 리더의 역할을 하며 길을 찾아 날아간다고 한다. 힘든 일을 해내기 위해 서로 일을 분담하는 것이다. 어떠한 리더, 어떠한 동료가 되어야 하는가는 기러기들을 보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규정 짓기는 어렵지만,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적어도 동료를 해코지 하여 같이 추락하는 어리석은 삶은 말아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아주 힘든 지금.

거센 바람을 맨 앞에서 맞으며 무리를 이끌어가는 리더 기러기와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편대 비행을 하는 기러기 떼를 보며 서로 비방하지 말고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책무를 다하며 서로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는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이제 편대 비행을 하며 창공을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게 될 가을이다. 이 가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 ‘같이의 가치’를 모색해 보는 ‘기러기 이야기’를 펼쳐보자.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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