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5대 요구안 수용 촉구
람 장관, 송환법 철회만 수용
4개 요구안 불가…갈등 불씨

▲ 4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TV 방송으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음식점에 모여 시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6시 TV 방송을 통해 내보내진 녹화 연설을 통해 홍콩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159명이 체포됐던 것을 생각하면 사태의 급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2일까지 홍콩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수는 무려 11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2일부터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이 전개돼 홍콩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노동계마저 송환법 반대 투쟁에 동참했다. 동맹휴학에 참가한 학생들만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충돌이 격화하고 시위의 반중국 성격이 갈수록 짙어지자 중국 중앙정부는 무력개입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홍콩과 이웃한 선전(深圳)에서는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대규모 시위 진압 훈련을 하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됐고, 중국 관영 매체는 ‘폭력 시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거듭 주문했다. 홍콩 정부가 행정장관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적용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홍콩 정국은 극심한 갈등과 충돌 속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듯 보였다.

시위대는 송환법이 사망했다고 하면서도 법안의 공식적인 철회는 거부하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태도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면서 5대 요구 조건을 내걸고 정부의 수용을 촉구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하지만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하고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 들이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둘러싼 갈등은 상당폭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리 람 장관의 송환법 철회 발표로 홍콩의 장기 시위 사태를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제거된 셈이어서 사태가 진정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4가지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향후 갈등의 불씨를 남겨놓았다.

캐리 람 장관은 이와 함께 앞으로 홍콩 시민들을 만나 시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듣고, 홍콩 사회 갈등의 뿌리 깊은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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