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충격속
이성 잃은 감정 대응 아닌
국력·기술력 등 집중해야

▲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공학박사

1957년 10월4일 구 소련이 스푸티니크 1호라는 로켓을 쏘아 지구의 궤도를 도는 소위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을 하였다. 당시 2차 대전의 승전국이기는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아 성장하였고, 소비에트 연방국이라는 다국적 연합체가 이런 놀라운 기술혁명을 이루어 내리라고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과 소련을 대표하는 냉전시대에서 서방측에서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수소폭탄을 탑재한 로켓이 지구궤도를 돌다가 언제 어디서 자신들의 머리에 핵무기가 투하될지 모른다는 쇼크를 받게 되었다.

미국의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육의 체계도 전면 재검토하면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공위성이 아니라 달나라에 인간을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게 되었다. 스푸티니크호의 충격으로 바로 그 다음해에 오늘날의 NASA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를 미국에서는 ‘스푸티니크호 쇼크’라 하고 전 미국의 애국심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고 모든 분야에서 세계 초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을 와신상담(臥薪嘗膽)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한 좋은 예이다. 그러나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딘 것은 소련의 인공위성 성공 후 12년 후인 1969년 7월16일로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필자의 집에는 텔레비전은 물론 라디오도 없었지만 그때의 기억이 나는 것은 건빵 겉봉지에 달 착륙 그림이 있었던 잔상이 지금도 새롭게 감회로 남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미국의 달 착륙에 도전하여 중국의 우주 굴기로 창어 4호가 2019년 1월3일 인류최초로 지구에서 보는 달의 반대편에 무인 우주 탐사선을 착륙하게 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같이 우주선과 통신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나 휴대폰과 텔레비전 등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과 시장을 가지고 있다. 섬세한 조립과 대량생산 체계의 우수함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상품이자 세계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게 된 제품들이다. 소니의 워크맨과 소니나 도시바 텔레비전을 갖고, 보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한 시대가 벌써 옛날로 지나가고 이제 삼성과 LG의 로고가 오대양 육대주에 자랑스럽게 솟아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제외’국으로 우리나라를 배제해 버렸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화이트리스트 충격(white list shock)’라 말하고 싶다. 사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정한 대표적인 품목이 불화수소와 감광제인 포토레지스트인데 국내에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가격 경쟁력과 선점 기술에 대한 시장의 규모와 품질관리에 대해 준비가 제대로 안된 것이기도 하다. 당장은 어렵지만 전혀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닌 품목이 많이 있다. 국내에서 개발을 하고 품질 수준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동안 완제품의 제조와 판매가 어렵고 후발국의 추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였다고 생각할 때 소련에 의해 우주탐사선 개발에서 역공을 당하였고, 우리나라는 우방이라고 생각한 일본에게 뒷통수를 맞은 상태라면 답은 이미 스푸티니크호의 충격에 나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익을 우선으로 애국심과 민족주의에 다시 국력과 경제력, 기술력을 집중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단순한 감정과 이성을 잃은 대응은 악수를 두게 되어 다음 세대와 후손에게 또 다른 짐을 지어 질 수 있기에 이번 기회에 화이트리스트 충격으로 세종대왕 시대와 같은 ‘세종 르네상스’의 혁신과 혁명이 일어나 세계에서 우뚝한 대한민국와 울산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힘들다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쪼그리고 앉아 더 멀리 뛸 수 있는 점프 자세로 교정을 하면 어떨까? 자세를 바로 하고, 힘을 다리에 모으고, 심호흡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뛰어 오르려면 인내하고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소련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달 착륙까지 12년이 걸렸고 중국이 미국이 가보지 못한 달의 뒤편까지 가는데는 50년이 걸렸다. 타원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슬의 한쪽 끝에 충격을 주면 머지않아 충격의 시발점이 된 구슬이 다시 충격을 받게 되어 있다. 이것이 자연법칙이다. 충격에 혼비백산할 것이 아니라 결집하면 완충이 되고 더 큰 힘이 모이면 하나하나의 기술이 비산되어 봉우리의 보석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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