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백~수천명 추정…인명피해 '눈덩이' 예상

▲ 허리케인에 초토화한 바하마[AP=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에 가져온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실종 상태이고 건물 등의 파손 정도도 예상보다 커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듀앤 샌즈 바하마 보건장관은 전날 저녁까지 집계된 허리케인 사망자 수를 30명이라고 발표하며, 최종 사망자 수는 "충격적인 수준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샌즈 장관은 "더 많은 시신을 보관할 수 있도록 방부처리하고 있다"며 아바코와 그랜드바하마섬에 시신을 위한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는 바하마 정부가 허리케인 피해가 큰 아바코섬에 장의사들과 함께 시신을 담을 부대 200개를 보냈다고 전했다.

    현재 아바코와 그랜드바하마섬에서 실종자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산조각이 난 건물 잔해에 깔려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시신도 상당수다.
 

건물 잔해 더미 속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레이트아바코에 사는 샌드라 스위팅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마시하버를 지나면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난다"며 "어디서든 맡을 수 있다. 이 섬에선 살아남지 못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앤서니 톰프슨도 로이터에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어서 죽음의 냄새를 안다"며 "사망자가 수백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타까운 실종자들의 사연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현지 일간 나소가디언에 따르면 아바코에 사는 애드리언 패링턴은 집안까지 물이 들어차자 5살 아들을 지붕으로 대피시켰다.

    두려움에 우는 아들을 진정시키며 그도 지붕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아들은 돌풍에 휩쓸려 눈앞에 사라졌다.

    곧바로 흙탕물 속에 뛰어들어봤지만 아들은 없었고, 여전히 아들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목숨만은 건진 이들도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걷지 못하는 24살 장애 아들을 업고 허리케인을 헤쳐나간 시각 장애인 아버지 브렌트 로의 사연을 소개했다.
 

바하마 이재민 위한 구호물품[로이터=연합뉴스]
 

    턱까지 찬 물 속에서 영원처럼 느껴진 5분을 걸어 아직 부서지지 않은 이웃집으로 대피한 로는 NYT에 "정말 무서웠다. 내 평생 이런 건 경험해본 적도 없다"고 전했다.

    목숨을 건진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체육관이나 학교에서 지내며 구호물품에 의존하고 있다. 유엔은 바하마에 8t의 비상식량을 공수하기로 했다.

    폐허가 된 그레이트아바코섬을 떠나려고 기다리던 주민 서지 사이먼은 AP통신에 "음식도 없고 물도 없다. 물속에 시신들이 있다"며 "사람들이 곧 병에 걸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더머드 지역에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은 건물 잔해와 시신들 속에서 건질 만한 물건들을 찾아 나섰다.

    환경 피해도 우려된다.

    노르웨이 에너지회사 에퀴노르는 이번 허리케인으로 그랜드바하마섬의 석유 저장 터미널이 파손됐다며 기름 유출 규모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잔해 속에서 옷 빨아 말리는 바하마 더머드 주민[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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