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사회부 기자

도시 전체가 물과 어우러진 이색적 풍광으로 매년 3000만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3년전 기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주택가까지 몰린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현지 주민들의 ‘고 홈(Go home)’을 외치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 현지주민들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트리는 현상)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서울 북촌한옥마을이나 제주도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민들이 소음 공해, 쓰레기 문제, 사생활 침해 등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도 이같은 오버투어리즘의 또 다른 사례가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울산시와 남구, 중구 등 지자체들은 오는 10월 선포식 준비와 함께 향후 중장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에 나서고 있는데, 지역경제 활성화와 외부 관광객 유치방안에만 지나치게 목을 매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외부 관광객을 위한 대형주차장 설치를 위해 태화강 둔치 축구장 일부가 사라질 처지에 있고, 십리대밭 먹거리단지 앞 노상주차장은 대형버스 통행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해제가 검토되고 있다. 평소에도 주차난을 겪던 곳인데 기존 지역주민들의 고려보다는 당장 국가정원을 찾는 관광객들 편의에 초점이 잡혀있다. 국가정원 주변 동네 집앞까지 작은 정원을 만들어 정원문화를 확산하자는 아이디어에도 관광객들의 주거지 진입에 따른 소음 및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막을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죽어가던 태화강을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택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울산시민들이 누리던 정주권이 빠져서는 안될 일이다. 울산시민들이 태화강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고 홈’을 외치지 않고, ‘웰컴’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한 발전방안 찾기에 지자체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야한다. 태화강의 ‘가치’는 시민 삶과 ‘같이’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김준호 사회부 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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