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하자 기초자치단체들이 유치경쟁에 나섰다. 그동안 공공시설 유치를 두고 기초단체간 또는 기초단체 내의 지역간 공모 형식의 경쟁을 치른 경우는 많았다. 때론 과열경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고, 공정한 형식을 갖추기는 했으나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일부 시설은 ‘정치적 판단’에 의한 선정으로 접근성 부족과 이용률 저하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가까이 있어야 할 시설들이 ‘나눠먹기’로 인해 따로 떨어져 있는 바람에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또 ‘판단 착오’로 인해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못하거나 여유공간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시설도 있다.

벌써부터 농수산물도매시장 유치를 위한 구·군의 경쟁이 시작됐다. 수백명의 종사자가 있고 수천명의 이용자가 몰리는 공공시설 유치에 자치단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울산시는 구군간의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기 전에 객관적 기준과 공정 경쟁의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준과 방법에 따라 차분하게 준비해서 엄중한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상호 비방이나 지나친 견제가 아닌 경쟁력 있는 자료 준비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유치경쟁에 나선 기초단체는 남·북구청과 울주군이다. 김진규 남구청장은 지난 7일 SNS를 통해 “새로운 상권형성, 접근성, 부지 확보 가능성, 녹지훼손, 기존 부지 활용, 태화강 역 주변 7만평 매립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곽지역으로 이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농수산물도매시장유치위원회가 활동 중에 있는 울주군의 이선호 군수도 “물류수송의 이점, 저렴한 지가” 등의 이점을 들어 “울산지역 농경지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울주군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벌써부터 시·구의원과 공무원으로 TF팀을 구성해놓고 있는 북구의 이동권 청장도 “도시기반시설 확충과 공공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호계·시례동 등지에 이전 후보지 3곳을 두고 검토단계에 들어갔다. 이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울산시에 달렸다.

울산시의 역할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위원의 인선이다. 인선에 개인적 인맥이나 정치적 성향이 개입돼서는 안될 것이다. 오로지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의 공정성을 기할 때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와 농수산물 유통의 선진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공공시설은 설립목적에 따라, 이용자의 계층에 따라, 최적의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장소를 찾아내게 되면 이용률도 높아지고 아울러 설립 목적도 쉽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최적의 부지 선정이 곧 성공적 결과를 만드는 밑거름이고, 평가위원 인선이 바로 그 출발선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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