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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울산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 재설정을 보류했다. 제도의 본래 취지를 극대화하고 의료계의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던 복지부가 기득권 세력인 수도권 의료계의 반발에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진료권역’ 재설정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대정부 설득전에 나섰던 울산시와 지역의료계는 큰 실망을 표명하면서도, 후속 대응전략 수립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복지부 지정평가기준 개선안
중증환자 비율 높이는데 방점
진료권역 19개로 세분화 난색
수도권 의료계 반발 결정보류
내년 6월 완료키로, 여지 남겨
지역의료체계 부작용 심화

◇복지부 ‘진료권역 세분화’ 보류

울산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개선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복지부는 지난 6일 서울교육대학교 대학본부 종합문화관에서 4기(지정기간 2021~2023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기준 설명회를 열고, 달라진 평가기준을 발표했다.

최대 관심사인 진료권역 재설정은 차후 해결과제로 미뤘다. 복지부는 설명회에서 서울대 김윤 교수팀이 도출한 연구용역 결과가 너무 파격적이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의 제시안을 반영해 현행 진료권역이 10개에서 19개로 세분화되면 수도권 지역 의료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3~5곳 감소)을 받게 된다는 점이 복지부를 압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복지부는 19개 진료권역으로 세분화는 곤란하지만 현행 진료권역의 오류를 인정,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을 경남권에서 떼어내 ‘울산권’으로 분리하는 방안 또한 검토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복지부는 울산에 대한 특혜라는 타도시의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돼 이같은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착수를 앞둔 내년 6월 진료권역 재설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의료계 반대에 휘둘려

‘울산권’ 분리의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이번 설명회에서 확답을 기대했던 울산시와 지역의료계는 복지부의 소극적 정책 결정에 다소 실망했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내년 논의키로 한 진료권역 재설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우려된다. 정치력이 강한 수도권 의료계의 반대 논리에 또다시 복지부가 휘둘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진료권역 재설정 이외에 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지정평가 기준 개선안을 살펴보면 환자구성 영역을 개선해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또한 상대평가 가점 항목이던 ‘병문안객 통제시설·보안 인력 구비’ 항목을 절대평가에 포함해 의무화하도록 했다.

한편 정부가 2011년 도입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도는 경증환자는 1차와 2차 의료기관으로 유도하고, 중증환자의 집중치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게 핵심이다. 울산은 울산대병원이 3기 평가에서 다른 지역 상급종합병원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권역별(부울경) 배분’이라는 불합리한 기준에 의해 탈락하면서 전국 광역시에서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도시가 됐다.

이에 따라 지역의료체계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울산대병원으로 경증환자들이 몰려 치료가 급한 중증환자의 대기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1·2차 병·의원들은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 지역내 ‘상급종합병원 부재’에 따라 타지역 원정진료가 늘어났고 시민들의 진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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