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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수탈의 흔적 석남사 소나무숲에 안내판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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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9  21: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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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석남사로 들어가는 숲길인 ‘나무사잇길’ 일대에는 상처가 난 소나무가 많이 있다. 석남사를 다녀온 여행객과 사찰 신도들은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 마시지만 이 소나무들에 이같은 상처가 왜 생겼는지는 알지 못한다. 혹 이 상처의 이력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일제의 수탈이 얼마나 혹독하게 자행됐는지는 잘 모른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는 일제강점기 송진 채취 피해목의 생육지를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송진 채취 피해목의 역사적 가치를 기록문화로 남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우리 민중들이 얼마나 많은 수탈을 당했는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수탈을 당했는지 좀 더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소나무들의 상처는 일제 강점기 때 송탄유(松炭油)를 확보하기 위해 칼로 나무 허리춤을 베어 낸 자국이다. 송탄유는 소나무에서 생산되는 기름을 말한다. 나무에 상처를 내면 송진이 나오는데 이 송진을 끓여 기름을 만든다. V자로 상처를 낸 것은 송진이 잘 흘러 내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일본은 전투에 투입할 비행기의 항공유 보급을 위해 송탄유 생산을 적극 권장했는데 석남사 일원의 소나무들은 1941년 봄·여름부터 1945년 가을까지 집중적인 수탈의 대상이 됐다. 할당량을 못 채운 주민들에게는 벌을 주었고, 강제징용을 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소나무의 수난은 석남사뿐만 아니었다. 인근 지역인 청도 운문사로 들어가는 ‘솔바람길’ 한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소나무들이 깊은 상처를 내밀어 보인다. 운문사 솔숲에는 그나마 간단한 안내판이 있어 상처의 이력을 알려주고 있다. 석남사 소나무들의 상처는 일제의 수탈을 묵묵히 증언한다. 영욕을 참아낸 석남사 소나무 숲 일대에 민중들의 고통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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