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기로 울산시와 울주군, 문화재청이 9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20여년간 계속됐던 논쟁이 우선 일단락됐다. 문화재청은 2010년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대곡천 암각화군(반구대 암각화~천전리 각석)’을 올 12월 우선목록으로 등재신청을 할 예정인데 수위조절은 그 전제조건인 것으로 분석된다.

60m인 사연댐의 수위를 52m 이하로 낮추는 수위조절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시급한 방편의 하나다. 암각화 바위는 물에 잠겼다가 나왔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풍화작용이 심화되므로 하루빨리 물에서 건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울산의 유일한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조절에 따른 맑은 물 부족, 수위를 조절하는 기술적 방법과 그에 따른 안전·환경훼손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해법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허송세월해온 것이다.

암각화 보존과 물문제를 두고 신중모드를 견지해오던 송철호 시장이 마침내 수문설치를 선택했다. 댐 구조체의 한 부분을 잘라내고 문을 설치해 수위를 조절하는 ‘수문설치’를 통한 수위조절은 외형적으로 문화재적 가치 훼손이 거의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맑은 물 부족 문제도 대구·경북권의 식수원 문제와 연계해 정부가 적극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했으므로 그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단계다. 문제는 ‘수문설치’가 오히려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년전에도 이 단계에서 멈춘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전문가들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2010년 6월18일 울산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문화재청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과 사연댐 수문설치 문제를 적극 협의, 빠른 시일 내에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었다. ‘수위 조절시 감소되는 수량(1일 6~8만톤) 확보는 국토부가 광역차원의 물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대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키로’ 했다. 당시 제동이 걸린 것은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실시 중이었던 ‘반구대 암각화 암면 보존방안 학술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이 연구결과에서는 “사연댐을 낮출 경우 암각화 앞의 유속이 증가하므로 암각화면에 대한 암석보강공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후 2013년 한국수자원학회의 수리모형실험에서도 ‘52m로 수위를 낮추면 2년 빈도 정도의 크지 않은 홍수시에도 암각화 하단부가 물에 잠기고 암각화 앞의 유속이 약 10배 이상 빨라져 암각화가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하부는 흙이 되기 직전 상태이며 독일 아헨대 학술연구시 쇠망치로 타격실험을 해 미세한 균열로 골병이 든 상태”라면서 “사연댐을 52m로 낮추는 방법으로는 빠른 흐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암각화가 훼손되는 것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에도 수문설치에 대한 전문용역을 거친다. 기술적으로 수문설치가 가능한지는 물론 수위변화에 다른 암각화의 영향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객관적, 전문적 검증을 해야 한다. 혹여 문화재청이나 울산시가 용역결과를 호도하려 해서도 안될 것이다. 감성적 여론을 좇다가 암각화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인류의 유산인 암각화의 보존은 우리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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