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에 몸담은지도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협동조합의 본질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협동조합을 한마디로 관통하는 언어를 찾고 싶었다. 비록 협동조합연맹(ICA)에서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하여 조합원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로 멋지게 정의하고 있지만 누구나 협동조합의 본질을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찾고 싶었다.

이러한 탐구는 ‘협동조합’ 4글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본질을 찾는 첫걸음은 ‘협동’이라는 두 글자에서 시작되었다. 한자로 협동은 ‘協同’으로 표기되는데 이를 자세히 보면 협동의 ‘협’자는 十(열 십)에 力(힘 력)자 3개가 합쳐진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협동의 협자에는 사람 내면의 소리와 외향의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우리는 ‘말(言)’이라고 표현한다. 누군가 언어적 유희로 ‘말’을 길게 읽어 ‘마~알’, 즉 마음의 알갱이라고 재미나게 표현하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의 모든 물질을 쪼개고 쪼개다 보면 결국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가 되는데 이 알갱이가 바로 마음의 알갱이다’와 상통하는 건 아닐까?

일찍이 함석헌 선생께서 “말씨라는 말이 있지만 말이야 말로 씨 같은 것이다. 그것은 지나간 일의 결과인 동시에 장차 올것의 원인이다”라고 설파했다. 이처럼 말은 씨앗이다. 믿음과 신뢰를 생기게 하는 씨앗이다. 믿을 신(信)자를 보면 의미가 명확해진다. 믿음(信)은 사람(人)의 말(言)에서 나옴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말이라고 다 말이냐! 말은 번드레하게 하지만 알고 보면 온갖 불법과 부정비리를 저지른 수많은 말들이 있다.

이런 간악한 말에는 자신에 대한 실천적 마음의 알갱이가 없다. 실천적 마음의 알갱이, 즉 실천적 목소리(言)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중용 23장에서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진심을 다하는 誠(성)’이라고 가르친다. 진실한 誠(성)은 言(말씀 언)+成(이룰 성)으로 이루어졌는데, 말(言)을 이루기(成)위해선 진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왜 진심을 다하는 誠(성)이 중요할까? 그 해답은 변화이다. 즉 진심이 담겨있을 때 변화가 가능하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감동시켜야 하고, 감동을 시키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마디로 소소한 마음의 알갱이마저도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협(協)자 다음의 동(同)자를 살펴보면, 한자 동(同)자는 사람 인(人)+입 구(口)+한 일(一)이 조합된 글자로, 여러 사람들의 말이 ‘하나로 모인다’는 뜻, 합(合)을 나타낸다. 즉, 다양한 사람들이 동일한 방향을 향해 하나의 목소리(지향점)를 내고 있음을 나타낸다. 결국 협동이란 간절하고 진정성(誠)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하는(同)것이다. 따라서 협동은 진정성있는 사람의 목소리이다.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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