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이 알고 통제할 수 있도록
임원 퇴직금 관련 정관 공시 강화
보수 결정·감시 권한도 부여해야

▲ 최종상 법률사무소 최상(最上) 대표변호사

지난 8월께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진에어, 한국공항, 한진, 한진칼 등 계열사로부터 지급받은 총 647억원 상당의 퇴직금이 화제가 된 바가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 김창근 전 이사회 의장이 지급받은 약 123억원 상당의 퇴직금과 LG그룹 구본준 전 부회장이 지급받은 약 98억원 상당의 퇴직금도 역시 세간의 관심을 불러왔다. 그들이 지급받는 퇴직금 액수의 경우 평범한 일반 근로자들로서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이다.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 수 있다.

기업의 회장, 사장 등 임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 근거는 일반 근로자들과 다르다. 근로자들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지급 근거이지만, 임원들의 퇴직금은 상법 제388조가 지급 근거이다. 상법 제388조에 의하면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사는 기업의 회장, 사장 등 임원들을 지칭하는 것이고, 그 보수는 월급·상여금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그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가 모두 포함되어 ‘퇴직금’도 이에 포함된다. 따라서 만일 어느 기업의 정관에서 회장, 사장 등 임원들의 퇴직금에 관하여 그 액수를 정하지 않고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경우에 퇴직금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없다면 회장, 사장 등 임원들은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 일부 기업 중에서 임원들의 퇴직금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정관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퇴직금 지급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임원들에게 임의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그러한 경우 퇴직금 지급은 당연 무효이기 때문에 회사는 그 임원들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기업은 통상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이라는 정관을 만들어서 회장, 사장 등 임원들의 퇴직금 액수를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관에는 일반적으로 퇴직 당시 월 평균 보수와 직위별 지급률, 근무기간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지만, 평소 회장 등 임원들의 월 평균 보수가 높기 때문에 퇴직금은 엄청난 금액으로 산출된다.

본래 퇴직금은 사회보장적인 측면과 퇴직자와 그 부양가족의 생존의 기초를 이루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평소 높은 보수를 지급 받았던 임원들이 그리 많은 퇴직금을 받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지급받은 퇴직금 중에서 대한항공으로부터 지급받은 액수는 대한항공의 상반기 영업이익 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한다. 그러한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받는 임원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뛰어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좋은 실적을 달성하고 사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했다면 나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눈총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상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향후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엄청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관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있다. 그와 같이 만들어 놓은 정관은 회장, 사장 등 임원들로 하여금 합법적으로 회사재산을 빼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출구가 되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회장, 사장 등 임원들에 대한 퇴직금이 그들의 직무수행능력과 사이에 합리적인 대가관계에 따라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향후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강구할 부분을 생각해 본다. 우선 기업의 회장, 사장 등 임원들에 대한 퇴직금에 관한 정관이 어떤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공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주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주들에게 회장, 사장 등 임원들의 보수를 결정하고, 감시하는데 있어서 절차적으로 참여할 수 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 나아가 회장, 사장 등 임원들의 퇴직금이 직무수행 능력과 사이에 합리적인 대가관계가 무너지는 경우 기업의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이 그러한 퇴직금을 규정하는 정관에 대한 사법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에 앞서 기업의 임원들 스스로 거액의 퇴직금을 사양하는 모습은 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최종상 법률사무소 최상(最上)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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