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추석 때 뜨는 밝고 둥근 보름달은 백자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한다. 달항아리는 백색의 풍만한 몸체와 유려한 곡선이 보름달과 닮아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감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이 달항아리를 제작하는 기법이 옹기 제작 방식을 차용하고 있고, 기형적 특성까지도 닮았다는 점에서 기술의 원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교적 큰 백자 달항아리는 한 번의 물레작업으로 그 모양을 뽑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개는 구연부 쪽의 상부와 굽을 포함하는 하부를 따로 제작해 이어 붙인다.

▲ 백자 달항아리

이 상부와 하부를 접합할 때 옹기제작에서 사용하는 도구인 수레로 작업한다. 백토는 점력(粘力)이 약하지만 내화도(耐火度)가 높아 소성 중에 어그러질 위험성을 있으므로 수레질로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옹기토는 흙이 거칠어 손으로 다루기에는 어려워도 점력이 강하고 내화도가 낮아 한 번의 물레작업으로도 큰 기물의 성형이 가능하다. 즉, 백자와 옹기 모두 가마 안에서 높은 화도를 견뎌야만 탄생할 수 있는 그릇이기에 만드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그 이면에는 옹기의 기술적 우수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 옹기

흙가래로 쌓은 가로의 수평선이 세로의 둥근 곡선으로 만나 예술적인 선으로 완성되기까지의 작업은 절대 만만치 않다. 떡국처럼 둥글고 길긴 흙가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릴 때 1㎜라도 틀어지면 상부의 어깨선에서는 편차가 커져 버려 둥근 곡선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옹기장인들은 흙을 다루기 전에 연필을 손에 쥐고서 옹기의 곡선을 수도 없이 그리는 연습을 한다. 항아리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의 둥근 선은 2차원으로 익혔던 손의 감각을 3차원의 작업으로 다시 풀어낸 것이다. 한가위 둥근 달 아래 자연을 품은 넉넉한 마음으로 또 다른 유려한 선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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