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열린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주최측 역량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비단 태풍 링링의 내습이 아니더라도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쯤에서 산악영화제의 발전 가능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영화제를 과감하게 축소시킬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회째를 맞는 세계산악영화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관객을 제대로 불러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객이 없는 영화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거꾸로 말하면 사람들이 이미 산악영화제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외국인 관객들이 한명도 없다하더라도 전국적인 관객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영화제의 관객들은 대부분이 울산사람들이었다. 동네 축제를 못 벗어난 한계를 노출한 것이다.

특히 영화제는 영화 관람도 중요하지만 산업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산악영화제는 촬영장비나 등반장비, 영화제작기술 등 영화와 연관되는 전반적인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산악영화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큰 돈을 들여 영화배우들과 대중가수들만 대거 초청해 흥행을 거두는 것은 진정한 산악영화제의 길이 아니다.

또 이번 영화제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산악인들의 배제라고 할 수 있다. 산악영화제의 마니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산악회를 빼면 산악영화제는 그야말로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산악인들이 있어야 산악영화제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타깃 없는 영화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산악영화제의 개최 장소도 문제다. 영남알프스라는 수려한 산군에서 산악영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은 외국에서 찍은 영화만 관람할 뿐 산악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장소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신불산의 칼바위와 간월산의 간월릿지를 아는 관객들은 거의 없었고, 축제가 열린 장소가 등억마을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그렇다면 왜 버스도 잘 안 들어오는 산중에서 이 영화제를 여는지 묻고 싶다. 등억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 한 구석에서 영화제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한마디로 관광산업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영화제에는 25억여원이 들었다. 태풍 때문에 관객이 반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이 영화제의 시스템과 정체성, 확장성 등은 아무리 좋게 보아줘도 낙제점이다. 25억원이라는 예산이 아깝다는 말이 저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4년도 안돼 타성에 젖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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