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인생드라마, 인생 사진, 인생영화, 인생라면에다 인생면도기까지, 여기저기서 인생 바람이 불어댄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는, 예전에 종영과 함께 긴 여운을 남겼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떠오른다. 오랜만에 가슴 뜨거워지는, 나의 인생 드라마를 만났던 그날들의 기억이 생생하다.

‘나의 아저씨’는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껴안아주는 드라마다. 처음에는 구겨지고 볼품없이 낡아버린 중년의 아저씨들과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여 주인공을 보며 괜스레 가슴이 미어졌다. 망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망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사는 사람들, 안 괜찮은 상황 속에서 저마다 괜찮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극중 여주인공 지안은 평생 괜찮은 적이 없었다. 그런 지안이가 망했지만 망가지지 않은 후계동 사람들 사이에서 괜찮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 나갔다. 고단한 삶들이 서로 위로 받는 곳.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만을 주로 보여준 드라마지만, 그 어둠 때문에 오히려 더 돋보인 건 그 안에서 힘겨워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보여준 사람의 흔적들이었다.

새벽길, 철길을 건너 동네로 들어가는 길, 극중 주인공 동훈은 형제들에게 말한다.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져.” 동훈이, “나 그렇게 괜찮은 사람 아니야”라고 했을 때 “아니에요.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이라고 말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지안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뒤에서 “파이팅”하고 외쳐주었던 사람도 바로 지안이었다.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따뜻한 가슴과 그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 그리고 그런 말 한 마디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따뜻한 마음과 말은 때론 죽고 싶은 사람을 살아가게도 만들어주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그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팔 할이 가족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가족인 골목 안 이웃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족 위기니, 가족 해체니 하는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족은 그 자체로 절대적 위안과 힘을 주는 존재임을 드라마는 일깨워 주었다.

삶을 살아가면 갈수록 작은 위로와 배려, 응원. 이러한 것들이 인생의 참 소중하고 세상에 꼭 있어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나의 아저씨’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지만 어쩌면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것이 작은 위로와 응원이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가 빛이 난건 거기엔 비록 빛나진 않지만 투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위로와 응원, 배려가 있어서, 그래서 참 뭉클하고 따뜻한 그런 드라마였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가족이 든든히 버티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격려하고 힘이 되는 대상이 되는 건 어떨까? 이번 추석은 초저녁부터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거라 한다. 우리 모두 저 보름달만큼이나, 둥글고, 따뜻하고, 환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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