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비서실장→상무장관 지시로 NOAA 철회 성명 나와"

▲ 허리케인 도리안 경로 지도를 보여주는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허리케인 '도리안'이 당초 우려와는 달리 심각한 피해 없이 미국을 빠져나갔지만, 미국 정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도리안의 이동 경로 논란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앨라배마주가 도리안 영향권에 포함됐다고 줄기차게 우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박했다가 이를 철회한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결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논란이 더 커질 조짐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앨라배마가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있다는 자신의 트윗 오류를 지적한 NOAA에 이런 입장을 철회하도록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나서게끔 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멀베이니 대행이 NOAA의 주무 부처인 상무부의 윌버 로스 장관에게 전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텃밭인 남부 앨라배마주가 도리안의 영향권에 포함된다고 발언한 뒤 NOAA 산하기관인 국립기상청(NWS)의 앨라배마 버밍엄 지부, 언론의 반박에도 수차례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NWS 버밍엄 지부는 도리안의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동쪽으로 치우쳐 앨라배마에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사실을 바로잡았고, 비판적 언론들은 트럼프가 미국 지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로스 장관이 그리스 출장 도중이던 지난 6일 닐 제이컵스 NOAA 국장 대행에게 연락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NWS 버밍엄 지부의 반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9일 보도했다.

로스 장관은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정부가 임명한 NOAA의 고위 관리들을 해임할 것이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었다.'

당초 로스 장관의 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제이컵스는 이 같은 해고 위협에 결국 굴복했다.

NOAA는 바로 그날 서명조차 없는 흔치 않은 성명을 내 앨라배마도 도리안의 영향권에 포함될 수 있다고 대통령에 보고했다고 밝혀,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줬다.

이 같은 NOAA의 결정에 NOAA 내부는 물론 과학계는 들끓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객관적, 과학적인 사실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기관인 NOAA가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거센 비난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NOAA가 자신의 지시로 이 같은 성명을 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11일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나는 결코 그것을 지시하지 않았다. 이는 언론이 퍼뜨린 가짜 뉴스"라고 답변했다.

이번 논란은 의회 조사로까지 번지게 됐다.

하원 과학위원회 위원장인 에디 버니스 존슨(민주·텍사스) 의원, 감독 및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인 미키 셰릴(민주·뉴저지) 의원은 로스 장관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이번 도리안 사태와 관련해 NOAA와 주고받은 정보의 제출을 요청했다.

존슨과 셰릴 의원은 이 서한에서 "대통령의 부정확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NOAA의 기상예보 활동이 정치화된 것이 유감스럽다"며 "의회는 NOAA의 지난 6일 성명이 나오도록 누가 명령을 내렸고, 누가 성명 작성을 도왔는지 알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NOAA 지도부를 협박하는 데 있어 상무부 또는 백악관 관리들이 관여됐는지도 밝히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위는 또한 트럼프에 대한 반박을 철회한 NOAA의 성명 발표에 관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무부 직원을 의회로 불러 상황을 보고할 것도 요구했다.

외부 과학 단체들도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트럼프의 잘못된 주장에 반박한 기상학자들에게 지지를 표명하면서,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의혹을 받는 NOAA의 이번 성명 발표가 과학기관의 독립성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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