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울산 출신 의대생 지역내 수련 필요
울대병원의 수련 환경개선 따라야

▲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최근 들어 울산대학교병원이 전공의 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4~5년 전 주변 대구, 부산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들에서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울산대학교병원은 무풍지대처럼 각과 전공의 정원을 대부분 채워 어려움이 없었다. 과거 전공의 모집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데는 공정한 선발, 합리적이고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수련 환경, 넉넉한 월급, 기숙사를 포함한 복지 혜택 등이 의대생들에게 장점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12월부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 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공의 특별법은 과거 전공의들이 장시간 노동과 낮은 보수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여 수련시간을 주당 최대 80시간으로 제안하고 수련시간 사이 휴식시간도 법으로 보장한 것이다. 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위해서도 꼭 지켜져야 하는 법으로 의료과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해 많은 대학병원의 전공의 수련 환경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각 병원 간 수련 환경이 비슷해졌고 결국, 울산대학교병원이 갖고 있던 수련병원으로서의 장점이 상쇄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안타깝게도 작년 인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였고, 일부 과 역시 레지던트 미달 사태로 이어졌다.

전공의 미충원은 단순히 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울산 의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사명 중 하나는 지역 의료를 담당할 제대로 된 의료인 양성에 있다. 실제로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들 대부분은 울산에서 개업하거나 봉직의사 또는 대학병원 스텝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울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환자 진료 시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혹은 환자 전원이 필요한 경우 전공의 시절을 지낸 울산대학교병원 교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결국, 지역 내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친 전문의들이 많을수록 울산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의료가 갖는 특성 중 하나는 지역화이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 중 배탈이 나서 현지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면 얼마나 불편할 지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현지 언어를 잘한다고 해도 문화, 생활 습관 그리고 표현의 차이를 모르면 환자와 의사간 소통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건 진료 현장에선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지역 간 문화, 관습 그리고 언어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필자 역시도 타 지역 출신이라 울산에 내려와 환자 그리고 보호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데 초기 4년여는 낯설고 당황하기도 했고 간혹 잘못 이해하는 어려움을 겪었었다. 사실 한 10년은 지나서야 울산과 시민들을 잘 알게 되었고 의사소통에 문제없이 지역화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전문성과 실력만으로 환자를 잘 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의료가 갖는 특징이다. 실력과 더불어 울산시민들의 관습과 살아온 삶 그리고 표현하는 말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선 울산에서 전공의 수련과정을 밟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끝으로, 울산 출신 의대생들에게 간곡히 전하고자 한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그리고 의료 발전에 따른 선도적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춘 수련 병원으로 거듭나 지원자들의 자발적 선택을 받아야 함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한편 서울, 수도권, 대구 그리고 부산에는 의료 인력이 넘쳐난다. 여러분들이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 출신 의사들이 경쟁적으로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은 여러분들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울산시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병으로 인한 아픔을 보듬고 치유해 줄 수 있는 여러분들의 헌신적 선택을 기다린다.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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