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는 빈 하늘에 동그라미 그려보고
한가위 보름달은 나를 보고 웃는 시간
폭염에 시달린 호박 속살 가득 찌고 있다

▲ 김정수 시조시인

한가위 명절연휴가 지나갔지만 그 여운은 아직도 집안 곳곳을 맴돌고 있다. 동녘에서 유달리 밝은 달이 두둥실 뜨는 보름날에는 어머니들이 두 손 모아 그 해가 다 가도록 가정 안팎이 무탈하기를 소원했다.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명절은 멀리 있는 사람을 불러들인다.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면 속살 찐 애호박 눈썹나물, 햇밤에 모시 송편, 햅쌀로 빚은 막걸리가 넘치도록 차려지고, 두런두런 살아가는 얘기꽃을 피우느라 밤이 깊은 줄 몰랐다. 빠르게 변하는 게 요즈음 세상이라지만, 그 시절 넉넉했던 인심은 그대로 이어지기를.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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