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록, 가장 가깝고 친근한 역사
산업화·도시화로 변화하는 모습과
사라질 마을의 원형 간직하기 위해
지명·마을사람 이야기 등 자료로

지역사 연구에서 지역사다운 성격을 잘 나타내고, 지역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가 마을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마을은 우리들이 삶을 영위해 온 생활공간으로, 자율적이고 공동체적 생활이 지속되어 온 기본적인 공간 단위이다. 마을에는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고 있으며, 현재와 미래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와 자료들을 생산하고 수집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마을 기록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마을 기록을 남기는 일은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는 마을의 모습과 원형을 간직하기 위해, 또는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사라져버릴 마을에 대한 이주민들의 향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다. 각 기관 등에서 민속 조사를 위한 마을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마을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음의 고향 선수>(2000)는 공단 조성으로 인해 이주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남구 성암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마을지이다. 관이나 학계에서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이 책은 주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귀중한 자료이다. 사라진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또 다른 기록으로 <나의 살던 고향은>(2009)이 있다. 대곡댐 건설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상삼정·하삼정·방리·양수정·구석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는 남아있지만 앞으로는 사라질 마을 이야기도 있다. <모래골 이야기>(2019)는 서사·다운지구 공공택지 개발지로 2022년이면 사라지는 범서읍 서사리 외사 마을과 다운동 다전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불어 모래골 역사문화기념관 건립을 제안하고 있다.

<언양읍성, 마을과 사람들>(2015)은 울산대곡박물관이 서부 울산지역 마을 조사의 일환으로 만든 마을 조사 보고서이다. 읍성 내 마을의 현황, 읍성과 그 주변 지명, 읍성과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등을 실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울산의 민속조사보고서 <울산 달리 달동>(2010), <울산 무룡동 달곡마을>(2017), <울산 구유동 제전마을>(2017)을 발간하였다. <울산 달리 달동>은 1936년에서 2009년까지 변화되어 오는 달동의 생활공간과 생활문화에 대한 변화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조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일제강점기 달리(현 달동)의 생활 모습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 무룡동 달곡마을>과 <울산 구유동 제전마을>은 울산 북구 무룡동 달곡마을과 구유동 제전마을의 생활문화와 민속을 담았다. 동해안에 위치한 울산의 농촌과 어촌인 달곡 마을과 제전 마을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도 비교적 과거 울산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울산 민속문화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 이경희 울발연 울산학연구센터 연구원

이 밖에도 <천지먼당을 품은 마을, 장생포>(2018)는 장생포 마을 주민들이 전하는 생생한 마을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삶의 기록이 잘 담겨 있는 스토리텔링북이다.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한 이러한 자료들은 기록물로 간행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기록화 작업 과정에서 수집된 영상자료(사진, 동영상, 이미지), 구술자료, 문헌자료, 소장품 등을 중심으로 한 마을 기록관, 마을 박물관이 만들어지고 마을 아카이브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기록문화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울산의 근현대사 과정에서 생산·보존된 자료는 어느 지역보다도 이채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본격적인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 울산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연구하여 울산의 역사상을 더욱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민의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이경희 울발연 울산학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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