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의 공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멧돼지의 출몰이 문제가 되는 것은 횟수가 더욱 잦아지고 있고,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다. 멧돼지 출몰은 지난 2015년 789건에서 2019년 9월 현재 975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멧돼지가 도심 한 가운데 나타난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17일 남구 태화로터리에 나타난 멧돼지는 태화강변에서 남구 삼산동 도심으로 들어가 백화점 인근까지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달아났다. 경찰은 순찰차 8대를 동원해 멧돼지를 쫓았으나 찾지 못했다. 농촌의 농작물 피해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광역시의 도심 한 가운데서 60~70㎏짜리 멧돼지와 추격전을 벌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문제는 멧돼지로 인한 시민 불안이다. 반나절 동안 70㎏짜리의 멧돼지가 울산광역시 한 가운데를 활보했다는 것을 상상해보면 가히 끔찍한 일이다. 멧돼지는 시력이 약하고 상대가 움직이면 정면으로 돌진하는 기질이 있어 만일 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날 경우 많은 사람들이 다칠 우려가 높다. 실제로 지난 여름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인근에서는 산비탈 길로 내려온 멧돼지 일가족이 지나는 승합차를 두번이나 들이받아 범퍼를 부러뜨리고 가는 일도 있었다. 작천정 진입도로가 꼬불꼬불하게 나 있어 멧돼지들이 커브길을 돌아나온 자동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돌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차량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리지 못한 채 멧돼지를 구경만 한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됐다. 멧돼지는 등산객들이 많은 문수산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문수산은 도심 인근의 산이지만 등산로 주변에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멧돼지들은 사람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먹이를 먹는다. 문수산에 멧돼지들이 많은 것은 사람들이 등산로변에 일부러 먹이를 놔두기 때문이다. 이 멧돼지들이 먹이가 부족해지면 마침내 도심으로 내려와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다 썼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다만 시민들에게 멧돼지와 맞닥뜨렸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현재는 출몰 신고가 접수되면 기동포획단에 요청해 포획을 하는 방식이지만, 올해 포획건수를 보면 181건(18.5%)에 불과하다. 따라서 멧돼지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등산로나 산 기슭에 일부러 음식물을 던져 놓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또 멧돼지와 맞닥뜨렸을 경우를 가정해 평소에 알고 있는 수칙을 되새겨 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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