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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내로남불 공감능력상대를 이해·배려하는 공감능력
우리 사회와 문화의 성숙도 또한
구성원의 공감능력에 달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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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8  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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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똑똑한 사람, 고학력에 부유한 사람이 상대의 마음이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픽션이 담긴 영화들이 종종 나온다. 현실도 그럴까? 인간심리-사회-문화-행동분야의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화 속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 실제 세상에서 똑똑하고 부유한 사람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다. 오히려 학력이 낮고, 불우한 성장과정이나 사회화 학습단계에서 제한된 인터렉션과 정보습득으로, 편향된 이해력을 갖춘 사람들 중에서 그런 사이코패스가 나온다고 한다. 인간의 공감능력은 지능지수, 감성지수와 비례한다.

잘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 오랜 사회생활을 한 사람,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 갇혀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사람이 대체로 타인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온화하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할수록, 시간에 쫓기고, 제한된 반복 업무에 시달리거나 육체적으로 고단한 사람들은 반대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려 들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명문대출신에, 부잣집 못된 망나니가 있고, 가난하고 못 배웠지만 세상 착한 천사 캐릭터도 있다. 그래서 일반적 경향과 반대되는 경우들이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미디어에 노출되고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이렇듯 공감능력은 지능지수-경험치-경제력-사고의 성숙도-포용력과 직접 비례하는 인간 성품의 척도가 되는 중요한 역량이다.

신문글에 왠 뜬금없는 공감능력타령인가 하면, 여러 분야에서 현재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요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장관의 임명 관련 첨예한 갈등은 비단 정치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기관은 물론 국민의 정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갈등이 정쟁의 도구임은 두말할 필요 없지만, 필자가 발견한 것은 의혹이 불거지고, 수사가 진행되고, 만인에게 회자되는 포인트 하나하나마다 ‘공감’ 되느냐 마느냐가 핵심판단기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차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제도 속에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던가에 따라 논란이 되는 사안이 해석되기 때문이다. 사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타당한 추론을 외면하고 당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나 의도적 편파행위는 애써 눈감고 귀막는 못된 고의가 아니라면 심각한 공감능력 부족이다.

우리 사회, 문화의 성숙도 또한 구성원의 공감능력 수준에 달려 있다. 구성원 각자의 분야와 환경,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능력의 향상 없이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없다. 필자가 과거 수년의 영국살이를 통해 경험한 것은, 유럽선진국들의 철저한 규범의식과 높은 수준의 공감능력이었다. 만인이 평등하고 인격이 동등한 것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너와 나의 업무특성과 전문분야도 인정하는 것, 경제력 차이와 생활패턴, 신분의 구분까지도 인정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공감능력에 바탕한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의 역할과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나의 영역이 아니라면 상대를 먼저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모두가 세상 모든 분야를 다 알고 다 잘하는 슈퍼맨이 아니지 않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와 생산자 모두를 고려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의 공감능력이 곧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척도다. 다양한 경험과 끊임없는 탐구, 새로운 것에 대한 영원한 갈증, 오랜 기간의 업무 숙련도, 세대를 건너뛰는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이 모두가 영향을 주고 받는 공감능력의 바탕이다.

엄격한 법제도가 유지되면서도 예외적 억울함이나, 편향적 갈등이 최소화되고, 다수의 효율성에 기반하면서도 소수가 인정되고, 대중이 우선이면서도 전문가가 존중받는 옳은 사회로 가는 키워드는 공감능력이다.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 ‘내로남불’, 이 단어는 분야와 세대, 시대, 지역, 정파를 막론하는 악마같은 존재다. 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이 ‘웃픈’ 갈등의 근원도, 치료할 특효약도 모두 여기 있다. 바로 우리의 ‘공감능력’.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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