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료실을 찾은 젊은 여성이 “이게 병인가요? 성격상 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선 성격적인 원인에서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 여성은 “성격, 우울증, 불안증은 어떤 차이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 질문을 받자 어린 시절 쥐가 나타날 시기가 되면 집 앞 슈퍼마켓에서 찍찍이를 사와 쥐가 나타날만한 곳에 정확히 찍찍이를 배치시키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쉬운 예로, 성격은 자신의 집이고 정신질환은 자신의 집 안에 비가 새는 상황이라고 보면 적절하지 않을까. 성격은 아주 튼튼하고 굳건한 구조를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크고 작은 결함을 가진다. 그래서 비바람이 몰아칠 때 튼튼하고 결함이 적은 집은 버텨낼 수 있지만, 취약한 구조의 집은 집 안까지 비가 들어오고 유리창이 깨져서 난장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의 성격이 안정적인 구조인 경우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이겨낼 수 있지만 성격적인 취약성이 클수록 주어지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힘들어지면서 정신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신과적 면담을 통해 개인의 성격구조 상 취약한 부분을 알고 통찰을 얻는 과정은 마치 자신의 집 구조에서 취약한 부분을 같이 찾아보고 다시 시멘트를 바르는 등의 수리 과정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만약 어디가 취약한 지 알아보지 않거나 수리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매년 장마 때마다 집안에 빗물이 새는 것처럼 매번 스트레스 상황마다 고통을 반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완벽한 성격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는 취약하다. 또 상처 기억은 개인의 취약한 성격을 더 손상시킨다. 하지만 내 집 구조 상 어디가 비가 새는 곳인지 알고 있다면 장마철이 올 때마다 빠른 대처가 가능하듯 정신과 치료를 통해 자신이 어떤 성격적인 취약성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쉽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내면의 취약한 부분을 탐구하고 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구 못지않게 튼튼하고 굳건한 성격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 젊은 여성에게 우선 자신의 내면 집을 탐구하고 더 튼튼한 집을 짓도록 권유했고 그분 또한 비바람에 더는 무너지고 싶지 않다며 다음 면담을 기약했다.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