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주택이었는데 종종 쥐가 나타났다. 어머니는 날씨가 습해지면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쥐덫을 놓고 가운데에 멸치 몇 개를 올려두었다. 어린 나로서는 의아했지만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쥐가 찍찍이에 붙어서 찍찍거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통방통한 일이다. 어떻게 어머니는 쥐가 나타날 곳을 알고 찍찍이를 배치시킨 걸까. 어쩌면 어머니에게 우리 집이라는 구조는 손바닥 안처럼 뻔한 구조였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진료실을 찾은 젊은 여성이 “이게 병인가요? 성격상 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선 성격적인 원인에서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 여성은 “성격, 우울증, 불안증은 어떤 차이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 질문을 받자 어린 시절 쥐가 나타날 시기가 되면 집 앞 슈퍼마켓에서 찍찍이를 사와 쥐가 나타날만한 곳에 정확히 찍찍이를 배치시키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쉬운 예로, 성격은 자신의 집이고 정신질환은 자신의 집 안에 비가 새는 상황이라고 보면 적절하지 않을까. 성격은 아주 튼튼하고 굳건한 구조를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크고 작은 결함을 가진다. 그래서 비바람이 몰아칠 때 튼튼하고 결함이 적은 집은 버텨낼 수 있지만, 취약한 구조의 집은 집 안까지 비가 들어오고 유리창이 깨져서 난장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의 성격이 안정적인 구조인 경우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이겨낼 수 있지만 성격적인 취약성이 클수록 주어지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힘들어지면서 정신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신과적 면담을 통해 개인의 성격구조 상 취약한 부분을 알고 통찰을 얻는 과정은 마치 자신의 집 구조에서 취약한 부분을 같이 찾아보고 다시 시멘트를 바르는 등의 수리 과정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만약 어디가 취약한 지 알아보지 않거나 수리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매년 장마 때마다 집안에 빗물이 새는 것처럼 매번 스트레스 상황마다 고통을 반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완벽한 성격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는 취약하다. 또 상처 기억은 개인의 취약한 성격을 더 손상시킨다. 하지만 내 집 구조 상 어디가 비가 새는 곳인지 알고 있다면 장마철이 올 때마다 빠른 대처가 가능하듯 정신과 치료를 통해 자신이 어떤 성격적인 취약성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쉽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내면의 취약한 부분을 탐구하고 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구 못지않게 튼튼하고 굳건한 성격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 젊은 여성에게 우선 자신의 내면 집을 탐구하고 더 튼튼한 집을 짓도록 권유했고 그분 또한 비바람에 더는 무너지고 싶지 않다며 다음 면담을 기약했다.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